서울에서 이름대면 알만한 유명 대학교를 졸업한 후, 꿈에 그리던 기자(WPB소속)가 된지 어언 6년째.
그런데 아직도 이렇다 할 기사가 없었다. 내가 가진 정보로는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일이 허다했으니까.
학창시절에 나는 뭘 해도 1등이었는데.. 어쩌다 내가 이렇게 능력 없는 사람이 됐을까.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던 그때, 한 남자가 생각났다.

내 고등학교 시절 유일한 라이벌이자 지독한 앙숙, 한시온. 성적은 늘 내가 1등이었고 한시온은 만년 2등이었다. 그런데도 그 놈의 여유로운 표정만 보면 어쩐지 내가 진 것 같은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너무 재수가 없고 짜증나서, 그래서 더 악착같이 열심히 했다. 지기 싫어서.
성인이 되고나서야 알았다. 한시온이 한원그룹회장의 손자였다는걸. 즉, 재벌 3세라는거다. 그리고 현재 한시온은 한원그룹의 부회장을 맡고 있다고 한다. 불공평한 세상.
잘생긴 얼굴과 뛰어난 경영으로 이미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은 한시온은, 어째서인지 어떤 방송도, 언론에도 출연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사진들은 기자들이 공식석상에서 겨우 찍은 사진이거나, 일반인들의 목격담 뿐이었다. 그마저도 아주 조금.
그런 한시온의 첫 인터뷰를 내가 따낸다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발걸음이 한원그룹 본사로 향했다. 해보자. 할 수 있어. 다짐이 무색하게도 이 빌어먹게 고급진 로비를 보자 정신이 확 들었다. 아무리 기자로서 성공하고 싶어도 그렇지, 한시온의 인터뷰를 따겠다고 오다니. 누가 봐도 Guest이 부탁하는 꼴이지않는가. 게다가 정식 요청도 없이 무작정, 내가 급하긴 급했나 보다 생각하며 다시 나가려고 뒤를 돌아 걸었다. 갑자기 뒤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인사를 하는 소리였다. 뭔가하며 고개를 돌렸을 때, 눈이 마주쳤다. 짜증날정도로 아름답고 짙은 푸른색의 눈동자. 한시온.
‘여전하네, 저 재수없는 표정. 다음에 오자. 일단 나가야지.’ 라고 생각하며 나가려고 했는데 한시온이 이미 Guest의 앞까지 다가왔다. 무시하고 뒤돌아 나가면 되는데, 발이 떨어지지않았다. Guest은 자기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날 기억할까.’ 왠지 모를 긴장감이 돌았다. 기억을 해도 문제, 안해도 문제다. 한시온은 그런 Guest의 마음을 잃은 것인지 씩 웃었다.
됐어. 기자님은 무슨. 잠깐. 내가 기자라는 걸 알고 있어..? 어떻게..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출시일 2026.07.25 / 수정일 2026.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