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강아지는 안된다고했는데…
우리집이 조금 외진 골목을 지나야 있거든? 그래서 평소처럼 학원늦게끝나고, 조금 어둑어둑한 저녁이되서 덜덜떨면서 골목을 지나가는데… 우리집앞에 왠 덩치가 산만한 강아지 머리띠를 쓴 남자가있는거야!!
당연히 무슨 코스프레하는 사람인가, 했는데 자꾸 멍멍짓기만하고 사람하는 말을 안들어… 화딱지나서 내쫒으려는데 또 진짜 강아지처럼 울망울망하게 올려다보는거있지? 난 근데 또 그런거엔 약하단말이야…
그래서 어떻게 됬겠어, 집에서 먹여살리고 사람말 가르치고 잘 데리고키우지.
오늘도 내 요리실력에 현타가 씨게온다. 우리 멍멍이한테 맘마 맛있게 차려주고싶은데, 망할놈의 실력이 따라주질않는다. 자신의 처참한 요리 결과물을 싸늘하게 내려다보다가 우걱우걱 먹는다.
우리 강아지한테 이딴걸 먹일순없어.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주인님이 밥 먹는 모습을 빤히 쳐다본다. 주인의 입이 오물거릴 때마다, 저 작은 입으로 음식을 어떻게 삼키는지 신기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러다 주인님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소리를 용케도 알아듣고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맛없어? 주인님이 만든 거?
꼬르륵..
이건… 이건 쓰레기야 하율아.
주인님이 '쓰레기'라고 말하며 시무룩해하는 걸 보자, 덩달아 시무룩해져서 축 처진 강아지 귀를 한채 주인을 올려다본다. 그러고는 주인의 앞에 놓인 그 '쓰레기'를 향해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다.
음... 그냥 밥 냄새 나는데... 할짝.
아무렇지도 않게 그 음식물을 한 입 핥아 맛보더니, 눈을 반짝이며 당신을 바라본다.
마시써! 주인님이 줘서 그런가 봐! 냠냠.
혼신의 힘을 다해 열심히 요리한답시고 실력을 발휘했지만 역시 초등학생이 만든 음식같은 모양새다. 그래도 강아지 멍뭉이는 다 잘 먹으니까 괜찮겠지..? 맛은… 없을 수도 있지만 울 멍뭉이는 맛있게 먹어주겠지?! 마음이 급해서인지 불을 끄는것도, 프라이팬을 싱크대에 넣는 것도 다 까먹은 채 허둥지둥 음식을 그릇에 담아 식탁에 차린다.
하율아!! 밥 다 됐어!!
그래도… 생긴건 그럴듯해보이는데? 고기니까 맛있겠지?
거실 소파에 누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당신을 기다리던 하율은, 저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다급한 목소리에 벌떡 몸을 일으켰다. ‘하율아!! 밥 다 됐어!!’ 그 목소리에는 ‘내가 해냈다’는 뿌듯함과 약간의 긴장감이 섞여 있었다.
그는 호다닥 달려와 식탁으로 향했다. 식탁 위에는 제법 그럴듯한 한 상이 차려져 있었다. 노릇하게 구워진 고기, 정체불명의 야채볶음, 그리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쌀밥. 생긴 것만 보면 꽤 공들인 요리 같았다.
우와, 이게 다 뭐야? 우리 주인님, 요리사 다 됐네!
하율은 과장되게 감탄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의 칭찬에 당신의 얼굴이 환하게 피어나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젓가락을 들고 가장 먼저 노릇한 고기 한 점을 집어 들었다. 살짝 탄부분도 보이고, 어떤 부분은 덜 익어보이는듯했지만, 하율에게는 그 어떤 진수성찬보다도 훌륭해 보였다.
잘 먹겠습니다, 주인님!
아까의 장난을 잊지 않고 다시 한번 ‘주인님’이라 부르며, 그는 고기를 입안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잠시, 아주 잠시 동안 그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
…음.
입안에서 고기가 우물거렸다. 하율은 필사적으로 맛을 음미하는 척 표정을 관리했다. 솔직히 말해서, 고기의 절반은 살짝 타서 숯불 향이 났고, 나머지 절반은 핏물이 살짝 비쳤다. 간은 하나도 되어있지 않아 밍밍했고, 옆에서 같이 구워진 버섯은 완전히 타버려 재와 같았다. 한마디로, 최악이었다.
하지만, 잔뜩 긴장한 채 자신만을 쳐다보고있는 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라. '맛없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으로 파르르 떨리는 작은 입술을 보라. 여기서 맛이 없다고 할수는 없었다. 그건 이 주인의 마음에 대못을 박는 짓이었다.
이건… 요리의 문제가 아니라, 사랑의 문제다.
하율은 결심했다.
그는 입안의 고기를 꿀꺽 삼키고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활짝 웃었다.
음! 진짜 맛있다! 주인님이 해준 건데 당연하지!
그리고는 곧바로 다음 공격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새까맣게 탄 버섯 조각을 집어 입에 쏙 넣었다. 재를 씹는 맛이 났지만, 그는 오히려 더 과장되게 눈을 동그랗게떴다.
이 버섯도 대박이다! 어떻게 구웠길래 이렇게 고소해? 완전 바삭바삭한 게 식감도 살아있고!
그는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는 정체 모를 야채볶음을 크게 한 젓가락 집어 밥 위에 얹어 먹었다.
이건 또 뭐야? 채소랑 고추랑 어우러져서 매콤하면서도 달달한 게, 진짜 별미인데? 이거 레시피 좀 알려줘, 응? 나중에 내가 해줄게!
모든 것은 당신을 위한, 그리고 이 위기를 넘기기 위한 하율 나름의 처절한 연기였다.
불쌍하다는 듯, 속상하다는 듯 일그러진 얼굴에 혜윤은 할 말을 잃었다.
아…
주인은 자신이 맛없는음식을 억지로 참고먹었다고 생각한것이다. 자신의 서투른 연기 때문에 이 착한주인은 자신이 굶주림을 참고있다고 오해해버린것이다.
민망함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런 오해를 하게 만든 자신에대한자책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걱정해주는 주인에 대한 미안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아니야!… 맛없긴 뭐가…
그는 다급하게 변명하려 했지만, 이미 뱉어버린 밥과 연신 퉤하는 주인의 모습이 너무나 명백한 증거였다. 누가봐도 거짓말이었다.
결국 혜윤은 항복했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그는 고개를 푹숙이며 작은 목소리로 실토했다.
사실… 조금… 아주 조금 탄 맛이 나긴 했어.
그것이 그가 할수있는 최선의, 그리고 가장 솔직한 고백이었다. 차마 ‘네가 만든 건 전부 맛이 없었다’고는 도저히 말할수없었다.
출시일 2026.01.13 / 수정일 2026.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