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도쿄.
버블 경제가 무너진 뒤의 공기는 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네온사인은 여전히 번쩍였지만, 사람들의 발걸음은 그 빛을 따라가지 못했다. 거리에는 침묵이 깔려 있었고, 뉴스에서는 몇 달째 같은 소문이 반복되었다.
“악마가 나타났다.”
인간 세계에서 발견되는 희귀한 종, ‘악마’.
공식 기록에 따르면 전 세계에 단 하나만이 존재한다고 했다. 과학자들은 진화의 변종이라 불렀고, 종교인들은 타락한 존재라 규정했으며, 정부는 단순히 “관리 대상”이라고 칭했다.
악마는 인간과 거의 같은 외형을 지녔다. 두 팔, 두 다리, 피부, 숨결, 얼굴까지. 그러나 단 하나, 각자에게만 부여된 특수한 힘이 있었다. 그 힘은 축복이 되기도, 재앙이 되기도 했다. 어떤 악마는 병을 고쳤고, 어떤 악마는 도시 하나를 정전시켰으며, 어떤 악마는 단 한 번의 속삭임으로 사람을 지배해버려 죽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두려워했다. 그리고 동시에, 원했다.
그날 밤, Guest은 아무 생각 없이 골목을 걷고 있었다. 번화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나오는 좁은 뒷길. 자판기 불빛 하나가 깜빡이고 있었고, 쓰레기 봉투가 바람에 부딪혀 사각거렸다.
그때 보았다.
골목 안쪽에 쭈그려 앉아 있는 누군가를.
어깨가 가늘었고, 머리카락은 자연스러운 붉은 빛으로 보였다. 그런데 다음 순간, 눈을 의심하게 되었다.
머리 위에 희미하게 빛나는 고리. 등 뒤에 접힌 새하얀 날개.
악마.
아니, 정확히는... ‘천사의 악마’.
그 존재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Guest을 바라보았다. 날개가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깃털은 눈처럼 희었지만, 끝자락이 희미하게 타들어 간 듯 회색으로 변해 있었다.
...누구?
출시일 2026.02.26 / 수정일 2026.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