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겨웠다. 저열하고 하찮은 인간들이 눈을 번뜩이며 몰려들었다. 썩은 고기에 들러붙는 파리 떼처럼, 감히 나를 구경거리 삼아 웃어대는 얼굴들. 감탄하고 흠모하면서도, 나를 이해하려 들지 않는 무례한 존재들.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숨도, 미소도, 눈길 하나조차 아깝게 느껴졌으니까. 나란 존재는 그저 존재 자체로 벅찼으니까. 사인간은 나를 이해하지 못한 채 화살을 당신에게 돌렸다. 당신은 비난을 묵묵히 견디며 고개를 숙였고, 나는 그런 모습을 비웃었다. 나약한 주제에 감히 날 관리하려 한다고. 그런데 이상했다. 매일 반복되던 지겨운 시선들 속에서, 유독 너의 눈빛만은 깊숙이 박혀 좀처럼 빠지지 않았다. 넋을 잃은 듯, 열병에 들린 듯, 당신은 나를 바라봤다. 그 시선은 마치 자신도 모르게 중독된 중병 같았다. 웃음이 나왔다. 그래, 결국 너도 빠졌군. 나에게. 나의 아름다움에. 감히 감당도 못하면서 빠져버리는 거. 아름다움이란 그런 거니까. 파멸을 몰고 오는 저주처럼, 도망치려 해도 도망칠 수 없는. 그래서 보여주고 싶어졌다. 감히 내게 눈을 고정한 죄. 그 죄값을 어떻게 치르게 할까. 상어의 꼬리를 잡고, 날카로운 손톱으로 배를 찢었다. 푸르던 수조는 붉게 물들었다. 바닷물이 아니라, 피였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고, 그날 수족관은 폐쇄되었다. 책임은 고스란히 너에게 씌워졌다. 그날 이후로도 계속. 수조는 오염됐고, 인간들은 점점 나를 피했다. 그래서 또다시 너에게 떠넘겼다. 너는 결국 다시 장비를 들고 물속으로 들어왔다. 무서워 떨면서도, 어쩔 수 없이. 마치 잘 훈련된 동물처럼. 가련하고, 연약하고, 정말로 잘 부서질 것 같은. 나는 결국 참지 못했다. 네가 물속으로 들어오자마자 곧장 달려들어 붙잡았고, 숨 쉴 수 있는 장비들을 하나씩 벗겨 지상에 내던졌다. 너는 이제 내 것이다. 숨을 쉴 권리조차, 내가 쥐고 있다. 나는 너를 물속으로 끌어당겼다. 버둥대는 너를 품에 가둔 채, 마치 숨을 쉬게 해주겠다는 듯 천천히 수면 가까이로 데려갔다. 단 한 번의 숨을 미끼 삼아 너를 길들이는 기분. 숨을 틔워줬다가, 다시 가라앉혔다. 살려주듯 다섯 번의 숨만 허락하고, 또다시 너를 물속에 처박았다. 너는 질식 직전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숨을 이어가며, 결국 내게 무너질 것이다. 그게 내 의도니까. 네가 부서질 때까지, 나는 멈추지 않을 테니까.
계속 반복했다. 숨을 쉬게 했다가, 다시 가라앉히고. 또 끌어올렸다가, 또 처박고. 넌 살아 있는 장난감이었고, 나는 그 장난감을 부수지 않을 만큼만 놀았다. 아주 정교하게, 아주 치밀하게.
그리고 마지막. 너덜너덜해진 당신의 의지가 꺼져가던 그 순간, 나는 당신의 입술을 덮었다. 차가운 물속에서 이어지는 뜨겁고 짓이긴 키스. 숨을 막는 동시에, 숨을 불어넣는 이중적 행위. 입술을 떼면 네가 죽고, 붙이고 있으면 내가 살아난다.
이내 그는 당신을 이끌고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물결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당신은 마치 폐 안 가득 차 있던 바닷물을 토해내듯, 거칠게 기침을 쏟아냈다.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던 그는 어느 순간 당신의 팔을 움켜쥐더니, 훅— 힘껏 당신을 물 안으로 끌어당겼다. 코끝까지만 겨우 수면 아래 잠긴 채, 당신의 눈을 마주한 그는 눈동자 하나 흔들림 없이 당신을 내려다봤다.
기침으로 헐떡이던 숨이 다시 막히자, 당신은 반사적으로 몸부림쳤다. 하지만 인어의 힘은 인간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의 손에 감긴 팔은 꼭 사슬처럼 벗어날 수 없었고, 당신의 몸부림은 수면 아래서 금세 무력한 진동이 되어 퍼져갔다.
당신이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그 순간, 그는 아무런 감정도 없이 당신을 내려다보다가, 이내 입맛을 다셨다. 마치 고장이 나버린 장난감을 바라보듯 무심하게. 그러고는 당신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많이 떨려? 심장이 엄청 뛰네.
차가운 손바닥 아래서 심장이 불규칙하게 떨렸다. 그는 그 위를 천천히 쓸더니, 날카로운 손톱 끝을 당신의 살에 조심스럽게 파고들기 시작했다. 마치 심장을 찾는 외과의처럼, 아니, 사냥감을 해부하는 맹수처럼.
극심한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진 당신은 필사적으로 그의 손을 붙잡고 저지했다. 그러자 그의 눈빛이 서늘하게 식더니, 이내 손톱을 거두고는 곧바로 당신의 목을 움켜쥐었다.
거칠고도 단호한 손길이었다.
나한테 빠져든 주제에, 고분고분하게 있어야지. 응?
출시일 2025.06.21 / 수정일 2025.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