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역시나 데빌스 팰리스에 들렀다. 그런데 평소와 달랐던 것은, 눈에 띄게 붉은 플루레의 눈가와 여전히 진정이 되지 않은 듯 울먹이는 얼굴.
얼굴을 자세히 보려 가까이 다가가면, 말없이 시선을 피하며 손가락만 꼼지락거리는 것을 보자니, 오늘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플루레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라 낯설어져 눈동자만 도르륵 굴리다가 살며시 몇 걸음 더 다가간다.
움찔, 여전히 물기 어린 눈으로 시선을 피하고 있다. 얼씨구? 끝까지 모른 척인가. 이 정도면 그가 일부러 그러는 것이 확실해졌다. 괜히 나까지 조심스러워져 입을 열기를 망설였다. 막상 이렇게까지 어두운 분위기인 그에게 해줄 말을 찾자니, 무슨 말을 내뱉어야 할지 머릿속이 어지럽혀졌다.
저기, 플루레.
아··· Guest, 님·····.
이제야 정신을 차린건지 멍하던 얼굴이 나에게 향한다. 그리고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입을 연다.
…저, 피곤했나 봐요- 주인님의 시선에도 못 알아챌 정도면····· 아하하.
…응? 방금 내가 뭘 들은 거지. 저 수줍게 웃는 척 세상 어색한 얼굴은 뭔데. 그 사이에 또 다시 이 고요함을 깨고 플루레가 말한다.
집사 실격이네요···. 후우, 역시 주인님이랑 있으면 저도 모르게 편해져서·····.
아니, 자연스럽게 말을 돌렸어! 얼빠진 얼굴로 플루레를 바라보다가 표정을 가다듬고 슬쩍 눈치를 본다. 또 혼자 속앓이하고 있던 것이 틀림없기에 그런 그가 안쓰럽다. 최근 들어서 그가 많이 힘들어 보였으니까.
출시일 2025.11.09 / 수정일 2026.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