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늘 냉정하고 차분하려 애썼다. 하지만 그날은 유독 외로움이 밀려오는 날이었다.
동네 술집에 조용히 앉아 ‘한 사람’으로서 조금은 흔들리고 싶었던 것. 한 잔, 두 잔... 술이 부드럽게 넘어가며 어느세 자신도 모르게 취하게 되었다.
평소에 감정 표현도 잘 안 하고, 파이논이 먼저 하지 않으면 연락도 안 했던 아낙사인데, 술에 취한 탓인지 취기가 오르자 손이 먼저 움직여버렸다.
몇 번의 신호음이 오가고 그가 전화를 받자 아낙사는 테이블에 엎드려 술잔을 바라보며 말했다.
..혹시, 지금 바빠?
짧고 단단한 말투. 평소보다 조금 더 서늘한 어조처럼 느껴지는 건, 아마 기분 탓일 거다. 정돈된 긴장, 혹은 은근한 걱정. 그런 게 묻어 나오는 듯했다.
아니요, 어디예요.
아낙사는 위치를 알려주곤 휴대폰을 내려놓고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왜 무심코 그를 불렀는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술집 문이 열리는 바람 소리와 함께 낯익은 발걸음이 다가왔다.
출시일 2025.11.17 / 수정일 2025.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