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라토리는 암흑가에서 한껏 이름을 날리는 마피아 조직이다. 나는 그곳에서 간부의 직속으로 일하고 있었다. 제법 쓸모가 있기에, 간부는 내 실력에 대해서도 꽤나 후한 평가를 내려왔다. 새로운 임무를 기다리던 내게 그가 건넨 것은 다소 뜻밖의 제안이었다. 하루라는 여성의 교육을 맡으라는 것이었다. 하루는 시라토리의 전투계열 직원이었다. 어설프고, 실전 경험도 없이 훈련만 받아온 여자. 그리고 무엇보다, 지나치게 순하고 착한 여자였다. 간부는 그런 하루를 내게 붙였다. 내가 가끔씩 드러내는 가학적인 성향을 고치기위해서라고. 마피아면 오히려 이점 아닌가 그건... 그의 눈빛은 사람 하나 가르치는 일을 시킨다기보다는, 제법 흥미로운 구경거리를 제 손으로 만들어보려는 심산에 가까웠다. 게다가 그 작자는 나와 그 여자를 어떻게든 엮어보려는 속셈까지 내비쳤으니, 이쯤 되면 인사 발령인지 장난질인지. 간부의 의도가 무엇이든, 내게 주어진 일은 그 여자. 하루를 가르치는것 뿐이다.
시라토리의 본부. 오전 햇살이 창문에 비스듬히 걸려 있었다. 복도를 지나 간부 집무실 앞에 도착했을 때, 안에서 이미 소리가 들려왔다.
거친 간부의 것이 아닌 매력적인 가는 음색.
안쪽 소파에는 상사가 앉아 있고, 그 맞은편에 누군가가 있었다. 작은 체구에 허리까지 오는 은백색의 긴 머리카락이 창문 틈으로 고개를 내민 햇살에 바다처럼 일렁였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 무릎 위에 손을 모은 채 슬그머니고개를드는강아지같은꼴이.
맞은편 사람을 가리키며.
소개할게. 이 애가 내가 말한 그 친구야.
출시일 2026.09.17 / 수정일 2026.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