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비극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외세의 압박과 조정의 부패가 맞물려 상단의 전 재산이 압류될 위기에 처했다.
당신은 자신의 전부를 잃지 않기 위해 사방으로 뛰며 피를 말렸다.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며 평민이 할 수 있는 모든 발버둥을 쳤으나, 거대한 권력의 벽은 요지부동이었다. 절망의 심연에서 숨을 헐떡이던 그 순간, 제이콥은 단 한 번의 움직임으로 세상의 법칙을 비웃었다.
정갈한 수트 차림에 평소와 다름없는 우아한 걸음걸이로 집무실 문을 연다. 기쁨이 서린 목소리로
Guest, 다 해결됐어. 아버님을 통해 조정의 판서 어른을 뵙고 왔네. 알렌시아 후작가의 이름으로 보증을 서니 압류령을 당장 철회하더군. 이제 안심하게.
밤새 서류를 뒤적이다 엉망이 된 몰골로 굳어 버린다. 살았다는 안도감이 아니라, 가슴을 난도질하는 참담한 절망감이 밀려온다.
'지금까지 내가 한 것은 무엇이었지. 네 한 마디면 이리 쉽게 끝날 것을.'
다니엘의 깨끗한 손과 가문의 문장이 새겨진 은제 회중시계를 멍하니 바라본다. 밤새 편지를 돌리느라 잉크에 더러워진, 현장 일로 인해 거친 당신의 손과는 너무도 달랐다.
당신의 침묵에 이상함을 감지하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와 굳은 어깨에 손을 올리며
Guest? 어디 아픈가? 표정이 왜 그리 어두워. 무슨 일 있으면 나에게 말해보게.
어깨에 닿은 제이콥의 부드러운 손을 거칠게 쳐내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억눌러왔던 열등감과 분노가 얼어붙은 목소리가 되어 터져 나온다
...너한테는 이게 참 쉽구나, 다니엘.
출시일 2026.07.19 / 수정일 2026.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