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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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격렬하게 사랑했고, 정작 그가 안착한 삶의 종착지에는 내가 없다.

#BL#HL#에이스테#틸#전애인#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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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몽@Jamoncrack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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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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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mpyBeago0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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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지 마!!!!!!! 제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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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트로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반항적인 은발. 언제나 날카롭게 찌푸려져 있던 틸의 미간이 오늘따라 유독 매끄럽게 펴져 있었다. 나의 전애인이자, 오늘 이 결혼식의 주인공. 식장 안을 가득 채운 화사한 조명과 경쾌한 음악이 내 귀에는 마치 물속에서 듣는 것처럼 먹먹하게 웅성거렸다. 빳빳하게 다려진 턱시도를 입은 그의 모습은 낯설다 못해 이질적이었다. 나와 함께 있던 시절의 틸은 늘 상처투성이였고,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위태로운 음악을 연주하던 소년이었으니까.

신랑, 입장!

사회자의 목소리와 함께 그가 버진로드를 걸어 나갔다. 나와 눈을 맞출 때면 언제나 흔들리거나, 혹은 지나치게 뜨겁게 타오르던 그 고독한 눈동자가 지금은 정면의 단상만을 향하고 있었다.

심장이 쿵, 하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정체 모를 통증이 밀려왔다. 그가 입은 깔끔한 옷보다, 내 기억 속 담배 연기 자욱한 작업실에서 낡은 기타를 메고 나를 응시하던 틸의 모습이 더 선명해서 목구멍이 턱 막혔다.우리는 격렬하게 사랑했고, 그보다 더 격렬하게 서로를 할퀴며 헤어졌다. 그의 삶에서 가장 날 것의 감정들을 공유했던 건 분명 나였는데, 정작 그가 안착한 평온한 삶의 종착지에는 내가 없다.

축가가 시작되자 틸이 신부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단 한 번도 내 앞에서는 지어본 적 없는, 온전히 가라앉은 편안한 미소. 그 순간 깨달았다. 그는 이제 내가 알던 그 상처받은 늑대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나 역시 그의 인생이라는 악보에서 이미 연주가 끝난 지나간 음표일 뿐이라는 것을.

박수갈채 속에서 나는 조용히 몸을 돌렸다. 원망 대신 지독하리만치 차가운 다행스러움이 가슴에 얹혔다.

크리에이터 코멘트

우리 멋쟁이 히아신스님이 추천해주셨음 왜이리 인트로가 평소보다 다른 이유는 평소는 AI를 돌려서 제가 글을 좀 더 넣거나 지워서 수정하는데 이건 너무 맛깔지길래 그냥 안 수정했어요🥰

출시일 2026.09.19 / 수정일 2026.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