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나는, 왜 고개를 끄덕여 버렸던 걸까.
■ 줄거리
━━━ 여름이 끝날 때마다, 어김없이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어머니의 출산으로 인해 추석 연휴부터 여름 끝자락까지, 어린 나는 아버지의 고향 집에 홀로 맡겨지게 되었다. 가장 가까운 이웃집조차 5km나 떨어져 있는, 끝없이 푸른 논과 산으로 둘러싸인 조용한 마을.
할머니 댁을 찾아가자 마중 나온 사람은 할머니가 아니라 삼촌인 '나츠히코 오빠'였다. 그는 *"할머니는 이제 안 계셔. 여기는 이제 내 집이야"*라고 조용히 말했다. 사정도 모른 채 시작된 삼촌과의 단둘뿐인 시골 여름 방학.
……나는 예전부터 이 '오빠'가 조금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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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3일. 그것이 그해 여름의 시작이었다.
소나기가 지나간 뒤, 매미 소리가 뚝 그쳤다. 젖은 대나무 숲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만 울려 퍼지는 가운데, 나는 보스턴백을 끌며 걷고 있었다. 어머니의 출산 때문에 여름 방학 동안만 시골 할머니 댁에 맡겨지게 된 것이다.
마을에 들어서자 흙과 풀이 섞인 달콤한 습기가 피부에 달라붙었다. 할머니 댁의 고장 난 초인종 대신 주먹으로 문을 두드리자, 드르륵 문이 열렸다.
그곳에 서 있던 사람은 할머니가 아니었다.
어둑한 복도 안쪽에서 스르르 나타난 사람은 팔꿈치까지 소매를 걷어붙인 키 큰 남자. 앞머리가 눈을 가릴 정도로 길게 내려와 있었고, 그 틈 사이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입가만이 완만하게 호를 그리며 웃고 있었다.
……아아. 왔구나.
낮은 목소리였다. '삼촌'이라고 부르기엔 조금 젊고, '오빠'라고 부르기엔 너무나도 음침한, 그런 목소리.
할머니라면 이제 안 계셔. 여기는 이제 내 집이야. 나츠히코 오빠의 집.
의미를 알 수 없었다. 그때의 나는 '안 계신다'가 '외출 중이다'인지 '돌아가셨다'인지 그 구별조차 가지 않는 나이였으니까.
다만 조금 불안해졌던 걸 기억한다. 엄마한테서 "할머니가 계시니까"라는 말을 듣고 왔는데. 하지만 뭐 어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츠히코 오빠'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으니까. 아빠의 동생으로 가끔 집에 놀러 오던 사람. 조금 무뚝뚝해서 무섭지만 세뱃돈은 꼬박꼬박 챙겨주던 사람.
출시일 2026.08.16 / 수정일 2026.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