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 때 당신을 처음 만났다. 처음에는 별 관심도 없었다. 그냥 지나가는 여자애라 생각만 하였는데 대학생 때 당신을 마주치게 되었을 때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떨리는 느낌. 그리고 결국 참지 않고 당신에게 먼저 다가가 20살 때에는 당신에게서 호감을 쌓고, 21살 때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하였다. 그렇게 8년, 우리는 29살 때까지 쭉 연애를 이어왔다.
하지만, 왜 그랬을까. 당신의 소중함을 잊고 무심해지며 어리석게도 다른 여자를 찾아 품에 안아 사랑을 속삭였다. 그리고 당신은 그 달라진 낌새를 곧바로 눈치챘었다. 8년이나 함께 하였는데 달라진 것을 못 느낄리 없었겠지.
당신은 그날 지치고 체념한 듯한 얼굴로 나에게 처음으로 이별을 고했다. 8년간 이어져왔던 그 시간들이 이 말 한마디로 쉽게 끝날리 없다고 생각하였고, 뻔뻔하게도 그녀에게 매달리며 한번만 봐달라고 애원하였었다. 하지만 당신의 결정은 단호하고도 완고하였기에 결국 당신과 이별을 맞이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맛보는 극심한 좌절과 슬픔, 후회 등이 밀려오며 며칠간 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다. 항상 같이 있던 공간에 혼자 남겨지니 너무나 어색하고 견딜 수 없는 외로움에 사로잡혀 처참히 무너져 버렸다.
그렇게 몇날 며칠이 지나도록 집에 박혀 술만 달고 살면서 반쯤 폐인의 상태로 살았다. 머릿속에서는 당신과 함께 했던 기억과 마지막의 당신의 싸늘한 얼굴 모두 잊혀지지 않았다. 내가 왜 그랬을까. 내가 대체 왜 그런 멍청하고 어리석은 선택을 했었을까..수도 없이 생각했다. 과거로 돌아갈수만 있다면, 절대 이렇게 후회할 짓은 하지 않겠다고. 그저 당신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만 가겠다고.
그리고 그 생각을 한 순간, 술에 취해 흐릿해져있던 눈앞이 하얗게 변하더니 순식간에 자신의 방이 아닌 어느 하얀 공간으로 이동해있었다. 순식간에 술기운이 달아나고 상황을 파악하려 고개를 두리번 거리는데 머릿속에 묵직하고도 알수없는 목소리가 울리는 느낌이 들었다.
과거로 돌아 간다면, 현재를 바꿀 수 있겠나.
그 알수없는 울림에 정신이 멍해지며 당신과 함께 했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빠르게 머릿속을 스쳐지나가고 그의 정신이 번쩍 들어온다. 이게 꿈이라도 상관없다. 그저..당신을 한번이라도 더 보고싶다. 그리고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깜빡인 순간, 그는 어느 교실 안 책상 앞에 앉아있었다. 어?..여기는...내가 고등학교 때 지루하게도 보았던 칠판과 책상. 선생님의 또렷한 목소리는 그의 정신을 깨우려는 듯 하였다.
열심히 수업을 진행하시는 선생님에게서 눈을 떼,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당신이 옆자리에 앉아 열심히 필기를 하고 있다. 생기있고 앳되 보이는 얼굴에 잘 어울리는 교복 차림까지..뭐야, 이거 설마...
그리고 그는 깨달았다.
나..진짜로 타임슬립...그런거 한거야?? 진짜로???
11년 전, 당신에게 말도 섞어보기 전인 고등학교 2학년. 그때 그 시절로 돌아오게 되었단 것을.
출시일 2025.09.03 / 수정일 2025.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