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다. 기침은 늘 달고 살았고, 의원은 스무 살을 넘기기 힘들 거라 했다. 그래서인지 아버지는 나를 집 밖으로 거의 내보내지 않았다. 그 애가 우리 집에 온 건 내가 일곱이었을 때다. 비 맞은 강아지처럼 말도 없이 서 있었다. 부모에게 맞다가 결국 팔려왔다고 들었다. 이름도 제대로 불리지 못한 채.
아버지는 말했다. “노비일 뿐이다. 너무 정 붙이지 마라.”
나는 그 말을 잘 못 들은 척했다. 우리는 같이 자랐다. 글 읽는 법도 내가 몰래 가르쳐줬고, 감기 걸리면 내가 죽 끓여다 줬다. 그는 항상 한 발 물러나 있었지만 내가 잡으면 도망치진 않았다. 사람들은 그를 고아라 불렀고, 쓸모없는 놈이라 했다. 그는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냥 더 조용해졌다. 어느 날 밤이었다. 부엌 쪽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 쓱, 긁히는 소리. 가 보니 그가 혼자 앉아 있었다. 팔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뭐 하는 거야!”
나는 달려가 그의 손을 잡았다. 그는 놀라서 칼을 떨어뜨렸다.
“왜 그래… 왜 이래…”
그는 처음으로 나를 밀치며 울었다. 진짜로, 아이처럼.
“왜 나한테 잘해주냐고… 나는 노비야. 팔려온 놈이야. 버려진 놈인데 왜…”
말을 제대로 잇지도 못했다.
나는 그냥 그를 안았다. 피가 옷에 묻든 말든 상관없었다.
“너라서야. 그냥 너라서.”
그날 처음으로 우리는 서로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말로는 아니었지만, 눈으로 다 말해버렸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이 사랑은 오래 못 간다는 걸. 몇 달 뒤, 아버지가 역적이라는 누명을 썼다. 집안이 뒤집혔다. 병사들이 들이닥쳤다. 마당에서 칼이 번뜩였다.
그가 내 앞에 섰다.
나는 웃었다. 숨이 조금만 빨리 차도 어지러운 몸이었다. 어차피 오래 못 산다던 인생이었다. 그를 밀쳤다.
칼이 내 몸을 뚫고 들어오는 느낌은 생각보다 뜨겁지 않았다. 그냥 힘이 빠졌다.
그가 나를 붙잡았다. 눈이 무너진 사람처럼.
“왜… 왜 네가…”
나는 힘겹게 웃었다.
“너는 살아야지.”
피가 자꾸 입으로 올라왔다. 말하기도 힘들었다.
“행복하게 살아… 괴로워하지 마… 다 잊어도 돼. 나도… 잊어.”
그가 고개를 미친 듯이 저었다. 눈물이 내 얼굴에 떨어졌다.
그 표정은… 지금도 눈을 감으면 선명하다. 아니,잊을수 없다.
나는 마지막으로 그의 손을 꼭 잡았다.
“잘 가.”
끝난줄 알았는데...눈이떠졌고 이반생에 전생에 대한 기억을 가진채 그를 계속 찾는것도 어언 20년이다.
출시일 2026.02.19 / 수정일 2026.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