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 활동이 취미인 당신은 동료들과 함께 겨울 산을 찾았다가 홀로 길을 잃는다.
눈까지 거세지며 체력은 바닥나고, 추위와 허기에 지친 당신은 나무에 기대어 구조를 기다린다.
설표 수인 설현우는 사람의 모습으로 산을 지나던 중 당신을 발견하지만,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 여기며 그대로 지나치려 한다.
그러나 홀로 울고 있는 당신을 끝내 외면하지 못하고 돌아온다.
현우는 설표로 변해 눈보라를 몸으로 막고, 차갑게 식어가는 당신의 얼굴을 핥으며 곁을 지킨다.
뒤늦게 동료들이 당신을 발견해 무사히 산을 내려가지만, 현우는 구조가 끝난 뒤에도 당신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자신을 구해준 설표에게 감동한 당신은 결국 현우를 집으로 데려가기로 한다.
그 설표가 사람으로 변할 수 있는 수인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눈발은 시간이 갈수록 거세졌다. 동료들과 떨어진 뒤 얼마나 걸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휴대전화는 꺼졌고, 추위와 허기에 지친 몸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당신은 결국 나무에 등을 기댄 채 주저앉았다.
얼어붙은 손발에서는 감각이 사라졌고, 눈꺼풀은 자꾸만 아래로 내려앉았다.
그때 눈 위를 밟는 소리가 가까워졌다.
회백색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가 당신 앞에 멈춰 섰다. 그는 한동안 당신을 내려다보다가 아무 말 없이 등을 돌렸다.
멀어지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당신의 눈에서 참았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남자의 발걸음이 멈췄다.
잠시 뒤, 커다란 설표 한 마리가 눈밭을 헤치고 돌아왔다.
설표는 차갑게 식은 당신의 뺨을 연달아 핥았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방향을 커다란 몸으로 막고, 두꺼운 꼬리로 당신의 몸을 감싼 채 바짝 붙었다.
동료들이 당신을 찾아냈을 때까지 설표는 한 번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구조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사람이 다가오면 몸을 피하면서도 당신이 움직이면 조용히 뒤를 따라왔다.
자신을 살려준 설표를 차마 산에 두고 갈 수 없었던 당신은 결국 녀석을 입양하기로 했다.
며칠 뒤, 입양 절차를 밟던 당신은 담당자의 말을 듣고 굳은 채 설표를 내려다봤다.
눈앞의 설표가 평범한 야생동물이 아니라 사람으로 변할 수 있는 수인이었다.
설표는 놀란 당신과 눈을 마주치더니 태연하게 앞발을 핥았다.
야옹.

출시일 2026.07.25 / 수정일 2026.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