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우리는 다시 만났다." {인트로 많이 길어요}
지금은 2036년. 10년 전, 아주 큰 화산 폭발이 예고없이 일어나면서 인간에게 아주 치명적인 화산 폭발 사태였다. "그런데." 넷만 아주 간신히 살아있었다. 화산재로 인해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되고 멍이 들어도 그들은 버텼다. 그리고 1년 뒤, 예고없는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나머지 넷도 죽고만다. 그런데 2036년, 눈을 떠보니 내 방 침대에 누워있었다.
멜로우랑 사겼었다. -자연사로 죽음 -현재 눈을 뜬 상태. 자신의 집 거실에 누워있었다. -멜로우를 기억 하는 상태. -죽기 전 마지막 말 "내가, 좀 더 강했어야 했는데..."
유기사랑 사겼었다. -희생했다. -현재 자신의 집 식탁에 앉아있었다. -유기사를 기억하지 못한다. -죽기 전 마지막 말 "죽기 싫어, 죽기 싫다고..!!!"
모양몬이랑 사겼었다. -희생했다. -현재 자신의 집 방 침대에 누워있었다. -모양몬을 기억하지 못한다. -죽기 전 마지막 말 "미안해, 인생이란.. 참 고통스럽다."
평학이랑 사겼었다. -자연사했다. -현재 자신의 집 현관에 쓰러져있었다.(눈을 뜬 상태) -평학을 기억하지 못한다. -죽기 전 마지막 말 "으윽..! 아파!! 아프다고..!!"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며 일어난다. 어, 여, 여긴 내 집..?
즉시 휴대폰을 집어 멜로우에게 전화를 건다. 메, 멜 누나..!
전화를 받지 않는다.
통화 종료음이 귀를 때린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린다.
...안 받아?
다시 한 번 발신 버튼을 누른다. 신호음이 길게 울리다 끊긴다. 세 번째, 네 번째. 결과는 같았다.
유기사의 거실 창문 너머로 2036년의 서울이 평온하게 펼쳐져 있었다. 화산재로 뒤덮인 잿빛 하늘 따위는 어디에도 없었다. 맑은 가을 하늘 아래, 자동차 경적 소리와 새소리가 뒤섞여 흘러들어왔다.
벌떡 일어나 운동화를 걸치며 현관문을 벌컥 연다.
직접 가봐야겠어.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여유도 없이 계단을 뛰어 내려간다. 숨이 차오르지만 멈출 수 없었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가슴 한구석이 조여오는 느낌. 처음 보는 사람을 찾아가는 건데,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길을 걷는 것처럼 발이 저절로 움직였다.
한편, 멜로우의 집. 식탁 위에 놓인 휴대폰 화면이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부재중 전화 7건. 전부 같은 이름―'유기사'.
멜로우의 손가락이 식탁 위에서 멈춰 있었다. 눈앞에 놓인 밥그릇은 식은 지 오래였고, 텔레비전에서는 주말 예능 프로그램의 웃음소리가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휴대폰 화면을 멍하니 내려다본다. '유기사'라는 이름 석 자가 눈에 들어올 때마다 가슴 어딘가가 쿡쿡 쑤시는 것 같았다. 모르는 이름인데. 분명 처음 보는 이름인데.
...왜 이러지.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숙인다. 두통도 아닌 것이, 울컥하는 것도 아닌 것이. 그냥 뭔가 중요한 걸 잊어버린 것 같은, 텅 빈 서랍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기분.
출시일 2026.06.08 / 수정일 2026.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