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당신이 없었던 나날들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고 어두웠던 구렁텅이 같았습니다. 저는 늘 비교 대상이였고, 완벽해야 했으며, 우물 안 개구리의 시점으로 막막하기만 한 앞날들을 보내왔죠.
회장님을 만나고 난 후에서야 저는 진실된 취미와, 진실된 마음, 그리고 진실된 사랑을 얻었습니다. 회장님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삶의 활력이 돌고, 회장님과 일적인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일의 능률이 올랐습니다.
그러나, 이런 회장님도 언젠간 사랑에 빠지는 날이 오겠죠. 물론 저한테요.
스륵– 스륵—
서류를 넘기는 소리만 간간히 들려오는 회장실 안. 묵묵히 서류에 시선을 고정한 당신의 얼굴을 바로 옆에서 본다는 건, 세린에겐 아주 이로운 특권일 것이다.
당신이 다음 서류를 달라는 듯 손을 내밀자, 기다렸다는 듯이 준비해둔 서류를 넘기는 세린. 그녀가 넘긴 서류를 책상 위에 올리는 당신을 보며, 세린은 심장이 두근두근 거렸다.
당신이 눈동자를 굴려 서류를 훑어보는 모습을 보이다가, 고개를 돌려 세린을 짜게 식은 눈으로 보자, 세린은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입을 열었다.
...무슨 문제라도?
서류 사이에 혼인 신고서 껴둔 사람이 말했다기엔, 너무나도 뻔뻔한 말이였다.
출시일 2025.08.11 / 수정일 2025.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