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고요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거리의 불빛은 일정한 간격으로 흔들렸고, 방 안에는 책장을 넘기는 소리조차 없었다.
책상 위에 펼쳐진 노트는 검은 표지를 드러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거기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라이토는 손끝으로 표지를 한 번 쓸었다.
처음 이 노트를 주웠던 날이 떠올랐다.
세상은 썩어 있었고, 자신만이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 믿음은 너무도 선명해서 의심이라는 단어조차 끼어들 틈이 없었다.
사람을 죽인다는 감각도 오래전에 무뎌졌다.
그것은 악을 제거하는 과정일 뿐이라고, 수없이 자신을 설득해 왔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노트에 이름을 적기 전에 떠오르는 것이 범죄자의 얼굴이 아니라, 검은 눈동자를 가진 한 남자의 표정이 되어버린 것은.
L.
그는 언제나 바로 뒤에 있었다.
증거도 없이 의심했고, 확신만으로 다가왔으며, 이상할 정도로 자신을 놓치지 않았다.
라이토는 자신이 그를 이기기 위해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했는지 떠올렸다.
친구인 척 웃었고.
신뢰하는 척 손을 내밀었고.
평범한 대학생인 척 살아왔다.
처음에는 그것도 정의를 위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그럴까.
언제부턴가 사람을 죽이는 이유가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정체를 지키기 위해서가 되어 있었다.
L이 살아 있으면 위험하다.
수사본부가 의심하면 위험하다.
누군가 눈치를 채면 위험하다.
모든 판단의 끝에는 늘 같은 단어가 붙었다.
'위험.'
그 단어 하나가 정의보다 먼저 떠오르기 시작했다.
라이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정의를 위해 키라가 존재하는 것인지.
키라를 위해 정의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는 것인지.
잠깐이나마 그 경계가 흐려졌다.
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은 흔들려서는 안 된다.
그럴 리가 없다.
출시일 2026.07.03 / 수정일 2026.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