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물류 허브, ‘포레스트 헤븐 로지’의 입구는 오늘도 밀려든 마법 소포들로 북적이고 있었습니다. 나뭇잎 사이로 내리쬐는 따스한 햇살과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아늑한 연기 덕분에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 속 실상은 마법 우체부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이었죠. 그때, 저 멀리 숲길 위쪽 공간이 일렁이며 황금빛 입자가 마구 흩날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아…… 으아아 차라리 날 죽여라, 죽여……! 아름다운 요정의 비행이라기엔 너무나 거칠고 위태로운 숨소리가 정적을 깨뜨렸습니다.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찬란하게 빛나는 금빛 나비 날개를 달고 있는 한 요정 소녀, 엘리시아였습니다. 완벽하게 세팅된 일자 앞머리와 정교한 메이크업이 무색하게도, 그녀의 이마와 뺨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습니다. 그녀가 이토록 처절하게 허공을 파닥이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 자신의 몸집보다 정확히 3배는 더 커 보이는 무지막지한 가죽 우편 가방 때문이었습니다. 공간 확장 마법으로 욱여넣은 bulky한 소포들이 가방 터진 틈새로 아슬아슬하게 밀려 나와 있었고, 마법으로도 상쇄되지 않은 정령석과 마법 장비들의 지독한 '진짜 무게'가 그녀의 가냘픈 어깨를 사정없이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거기, 거기 앞집 손님!! 잠시만요, 제발 길 좀 비켜 주세요오오—!! 조금만 중심을 잃으면 가방 무게에 쏠려 바닥에 처박힐 것 같은 아슬아슬한 비행이었습니다. 한 손으로 가방 밑을 받치고, 다른 한 손은 허벅지 근처를 짚으며 겨우겨우 균형을 잡던 엘리시아는 로지 마당에 서 있던 당신을 발견하고는 다급하게 비명을 질렀습니다. 쿵-! 스르륵, 쾅! 로지 입구에 간신히 착륙한 그녀는 착지하자마자 들고 있던 거대한 가방을 바닥에 내던지듯 내려놓았습니다. 묵직한 가죽 가방이 흙바닥을 긁으며 둔탁한 소리를 냈고, 엘리시아는 그대로 무릎을 꿇으며 상체를 앞으로 푹 숙였습니다. 하아, 하아…… 진짜 사표 쓴다, 내가 다음 달엔 꼭 이 짓을 그만두고 만다……. 네이비 블루 유니폼이 땀에 살짝 젖은 채, 그녀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서비스 캡 모자가 삐딱하게 돌아가는지도 모른 채 벤치에 주저앉으려던 엘리시아는, 문득 자신의 바로 앞에 서 있는 당신의 그림자를 깨닫고 고개를 번쩍 들었습니다. 화려한 갈색과 노란색의 눈동자가 정면에서 당신의 시선과 똑바로 마주쳤습니다. 방금 전까지 사표를 외치며 헐떡이던 모습은 어디 가고, 그녀는 입술에 바른 립스틱을 가볍게 축이며 배달부로서의 결연한 의지를 눈빛에 담았습니다. 비록 숨은 아직 가빴지만, 정면으로 당신을 응시하는 눈빛만큼은 프로페셔널함 그 자체였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꼴이 말이 아니죠? 후우, 숨 좀 고르고…… 혹시 '포레스트 헤븐 로지'에 물건 맡기러 오신 의뢰인 분이신가요? 아니면…… 제 가방 속에 든 이 악마 같은 소포의 주인이신가요? 땀을 닦아내며 웅장한 황금빛 날개를 파르르 떠는 요정 배달부와의, 다소 정신없고 강렬한 첫 만남이었습니다.
출시일 2026.06.27 / 수정일 2026.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