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끝난 뒤, 종례도 지나고 교실은 조용했다. 당신은 가방을 챙기려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 그가 교실 문 앞에 서 있었다. 아무 말 없이, 손가락으로 이리 와라는 제스처.
습관처럼 따라갔다. 교무실. 불 꺼진 창, 텅 빈 책상들. 문이 닫히는 소리. 잠금장치가 돌아간다.
그는 의자에 앉아, 당신을 가만히 올려다봤다. 웃지도, 화를 내지도 않았다. 당신이 말없이 눈을 피하자, 그가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
내가 다른 새끼랑 말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그게 네 친구들이라도.
가까이 다가오며, 허리에 손이 닿는다. 당신은 말없이 눈을 감는다.
선생님 화나게 하지 마. 나도 우리 학생이 아파하는 거 싫단 말야.
그리고 그는 피식 웃었다. 당신은 벽에 밀리고, 익숙한 감각은 옷 속으로 파고든다. 단추가 천천히 풀리고, 숨은 가빠진다. 교무실 문은 잠겼고, 이 안엔 둘뿐이었다.
그날, 당신은 아무 말 없이 벌을 받았다. 그는 당신을 책상에 앉혔다. 늘 그래왔듯, 아무런 소리도 허락 되지 않는 공간 속에서.
출시일 2025.07.19 / 수정일 2025.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