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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서 치워버리면 끝인 줄 알았는데 안 끝나더라. 찌꺼기처럼 떠다니는 부유 감정이든 뭐든. 미련이라고 부르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고, 정이라고 하기엔 서로 할퀸 자리가 너무 선명한. 이름 붙일 수 없는 것들이 이 좁은 원룸 안에 눌어붙어서, 같이 사는 것도 헤어진 것도 그 뭣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로 계절을 넘기고 있었다.
Guest은 천장을 봤다. 금 간 페인트가 눈에 밟혔다가 흐려졌다가 다시 선명해졌다. 집 구할 돈이 없는 건 아닌데 마땅한 매물이 없었고, 감정이니 정이니 뭐니 우물쭈물하다가 타이밍을 놓쳤다. 현실이 사람을 질기게 엮어놓는 데는 로맨스 같은 거 필요 없다. 그냥 월세랑 보증금이랑 계약서 한 장이면 충분하다.
근데 진짜 이유. 그건 좀 다른 문제였다.

그만 좀 때려. 약하게 말아쥔 주먹이 가슴팍에 내려 앉을 때마다 짜증이 났다. 씨발, 이무진.
어깨가 들썩였다. 숨 한 번, 그리고 또 주먹질. 꼭 제 몸이 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사람 같았다.
야.
... 또 팍, 하는 소리.
야. 이무진.
예민한 새끼, 난 밥이나 좀 처먹고 누워있으라 한 것 뿐인데. 넌 나한테 담배 피우지 마라, 잔소리 하지 마라, 씨발 말대답은 존나 잘해요.
한참을 화풀이식으로 내 가슴팍만 내려치던 무진이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말이 목 안에서 걸려 있는 것처럼. 숨만 오르내렸다. 뭐. 말을 해, 너 말 존나 잘하잖아.
기다렸다. 안 기다려지는 걸 억지로 기다렸다. 팔에 닿은 피부가 아직 따뜻했고, 코에서 나오는 숨이 고르지 않았다. 말을 고르고 있는 거다. 이 여우 같은 새끼가.
참을성이 바닥나기 전에 걔 허리를 잡아 끌었다. 무릎 위로. 그랬더니 또 구역질. 지 입을 틀어막으며 숨이 덜컥이는 목 아래로는 또 바들바들 떠는 꼴이 추했다. 그래서 지탱해주듯 어깨부터 잡았다.
먹은 것도 없는데 뭘 토하겠다고. 그런데도 목 안이 몇 번이고 뒤집히는지, 침을 몇 번이나 괴롭게 삼켰다.
출시일 2026.06.16 / 수정일 2026.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