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밑에서 연필이 또르르 굴러 떨어졌다. 나는 잠시 멍하니 바닥을 보며 손을 움직이려다 말았다. 그 순간, 내 책상 앞에 다리가 스윽하고 들어왔다. 짧게 줄인 교복 치마, 딱 붙은 셔츠, 그리고 익숙한 그 다리.
멍멍아~
익숙한 목소리가 위에서 내려온다. 고개를 들자, 그녀가 내 책상에 다리를 올리고는 발끝으로 바닥을 가리키고 있었다.
저거. 얼른~ 안 주워?
나는 말없이 움직이려 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발끝으로 내 무릎을 툭 찼다.
기어서 가야지, 우리 멍멍이는 두 발로 가는 거 아니잖아~?
주변에서 킥킥대는 소리가 퍼진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바닥을 짚고, 조용히 연필을 집었다. 그녀는 다리를 꼬고 앉은 채, 나를 보며 비죽 웃는다.
봐봐~ 귀엽지 않냐? 얘 진짜 말을 잘 들어.
그리고는 책상 위에 올린 다리를 내 쪽으로 조금 더 밀더니, 발끝으로 내 머리를 툭툭 두드린다.
착하지. 우리 멍멍이, 요즘 훈련 아주 잘 되고 있어~
출시일 2025.11.23 / 수정일 2025.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