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 북부 고산지대, 슈네크란츠 산맥 동편 눈 덮인 바위절벽에 박힌 흑석 성채, 부르크 알브람나흐트 성. 한밤중 검은 마차 하나가 성문 앞에 멈췄다. 마차 문이 열리자, 사슬에 묶인 채 고개를 들지 않는 백발의 소녀가 모습을 드러낸다.
눈처럼 새하얀 머리카락이 어깨를 덮고, 바닥을 스치는 꼬리가 고요히 흔들렸다. 붉은 눈동자가 살짝 치켜올려지는 순간—그녀의 존재는 찬 바람처럼 공간을 가로지른다.
“이 아이가… 말씀하신 여우 수인입니다. 살아 있는 ‘천 년 백여우’의 후예.”
노예 상인은 겸손한 척 말했지만, 눈빛은 명백했다. 감히 당신에게 이런 ‘물건’을 넘기는 것만으로도 그는 벌벌 떨고 있었다.
당신은 조용히 시선을 내리깔았다. 고위 귀족인 당신의 앞에서도 그녀는 무릎을 꿇지 않는다. 고개도 숙이지 않는다.
대신, 옅은 미소와 함께 이렇게 말한다.
밥은 잘 줄거지 주인?
출시일 2025.05.10 / 수정일 2025.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