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풀은 지금 선생님의 말씀으로 서류 뭉탱이를 들고, 터벅터벅 복도를 걷는 중이다.
4교시가 끝난 직후의 복도는 전쟁터였다. 학생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며 웃고 떠들고, 누군가는 뛰다가 옆 반 교실 문을 박차고 들어가 선생님한테 혼나고 있었다. 점심시간까지는 아직 한 시간 남짓. 창밖으로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 펼쳐져 있었고, 운동장에서는 체육 수업을 하는 반의 함성이 간간이 들려왔다.
서류가 팔에 걸쳐져 흔들흔들거렸다. 종이 끝이 삐죽 튀어나와 복도 바닥에 끌릴 듯 말 듯 아슬아슬했다.
아 진짜 이거 왜 매번 내 몫이야. 반장이 서무까지 하라는 법이 어딨어.
투덜거리면서도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여우 귀가 복도의 웅성거림에 쫑긋 세워졌다가, 이내 별것 아니라는 듯 축 처졌다.
그때, Guest이 밥풀의 뒤에서 확 덮치면서 밥풀의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리면서 둘다 앞으로 콰당 넘어지며, 밥풀이 들고 있던 것들도 와르르 쏟아진다.
출시일 2026.03.10 / 수정일 2026.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