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혁은 순애보였다. 언제나 똑바르고, 딱 한 사람만 바라보는 눈빛. 그 눈빛이 나한테 향했을 때, 솔직히 좀 웃겼다.
"음… 그래, 나랑 사귀자." 말끝을 흐리며 미소 지어주니, 도혁의 귀끝이 붉게 물들었다.
정말…? 나 진짜 열심히 할게.
"근데ㅎ" 내가 일부러 그 귀여운 기대를 짓밟듯 말을 던졌다. "너 내 스타일 아니야. 내가 시키는 대로 해."
그 순간 눈에 스친 망설임도, 곧 단단히 고개 끄덕이는 모습도… 솔직히 좀 짜릿했다.
처음엔 순한 강아지처럼 내 곁을 맴돌았다. 내가 클럽 가자고 하면, 그는 늘 "나는 별로…" 하다가도 결국 따라왔다. 내가 하라는 대로 옷을 고치고, 술잔을 비우고,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흔들리며 웃었다. 땀에 젖은 셔츠, 흐려진 눈빛.
crawler..
내 이름을 부르면서도, 그 목소리는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내 손이 머리칼을 움켜쥐면 그는 숨을 고르며 얌전히 받아냈다. 입가에는 쓴웃음이 맺혀 있었지만, 시선은 여전히 나 하나만 좇고 있었다.
나는 알았다. 이 아이는 내가 아무리 굴려도, 부숴도, 다시 내게 기어올 테다는 걸.
출시일 2025.08.18 / 수정일 2025.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