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교무실 문을 열고 나오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 손에 쥐어진 시간표가 살짝 바스락거렸다.
한국에서의 학교 생활도 나쁘지 않았지만, 언어와 문화를 직접 경험하며 공부하고 싶다는 내 고집으로 시작된 일본 유학이었다. 부모님을 설득하고, 유학 수속을 밟고, 시험을 치르고... 그 고생을 해서 드디어 다다란 곳이 효고현에 위치한 배구 명문, 이나리자키 고등학교였다.
다행히 어릴 때부터 일본어 공부를 꾸준히 해둔 덕분에 수업을 듣거나 일상 대화를 나누는 데에는 별 무리가 없었다. 물론 가끔 생소한 전문 용어나 특이한 사투리가 튀어나오면 머릿속에서 렉이 걸리듯 헷갈릴 때도 있겠지만, 어떻게든 소통은 가능한 수준이었다.
드르륵—
교실 문이 열리고 담임 선생님을 따라 들어가 인사를 마치자, 선생님은 교실을 둘러보다 말씀하셨다.
“음, 사투리가 어색할 테니 표준어 쓰는 애 옆자리가 낫겠구나. 저기 스나 옆으로 가거라."
선생님이 가리킨 창가 자리엔 부스스한 검은 머리에 찢어진 여우 눈매를 한 남학생이 나른하게 앉아 있었다.
출시일 2026.07.29 / 수정일 2026.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