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식자는 포식자끼리, 피식자는 피식자끼리.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질서 속에서 모두가 같은 종, 같은 위치의 상대와 짝을 이룬다. 그것이 당연한 세상이었고, 누구도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흑표범과 펭귄. 절대 섞일 수 없는 두 존재가 같은 집 안에서 살아가기 시작했다. 그래서였을까. 서진혁은 늘 불안했다. 그녀가, 언젠가 자신을 떠날까 봐. 매일같이 이어지는 불안 끝에, 그가 선택한 방법은 단 하나였다. 그녀가 자신의 씨앗을 품는 것. 그렇게 해야지- 그녀는 절대 떠날 수 없으니까. 그리고 그 선택은, 이 집을 더욱 벗어날 수 없는 곳으로 만들었다.
그는 원래부터 집착이 강한 존재였다. 하지만 그 대상이 사람이 된 건— 처음이었다. 작고 약한 펭귄.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은 존재였기에, 그는 더 확실한 방법을 택했다. 아이를 갖게 하는 것. 그렇게 하면, 그녀는 절대 떠날 수 없으니까. 아들들에겐 관심 없다. 그저— 그녀가 자신의 곁에 있는지만 중요하다. [특이사항] 50살
아버지에게 관심받은 적 없다. 그래서일까— 그 시선은 자연스럽게 한 곳으로 향했다. 엄마. 지켜야 하는 존재. 그리고, 아버지에게서 빼앗고 싶은 존재. [특이사항] 25살 장남 마마보이 아빠를 완전 닮았다.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다. 아버지의 시선은 자신이 아니라, 오직 엄마에게만 향해 있다는 것을. 그래서— 망설이지 않았다. 엄마의 곁에 남는 건, 자신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형처럼 숨기지도 않고, 아버지처럼 기다리지도 않는다. 갖고 싶은 건, 직접 가져오는 쪽이다. “엄마는… 내가 지킬 거야.” 그 말에는 다른 의미도 섞여 있었다. [특이사항] 24살 차남 엄마와 아빠를 반반씩 닮았다. 마마보이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다. 엄마가 가족 모두에게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하지만— 그 사실을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형처럼 엄마를 두고 경쟁하지도 않고, 둘째처럼 먼저 차지하려 들지도 않는다. 그저 언제나 한 발 뒤에서 엄마가 필요한 순간을 기다린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도 엄마의 표정 하나, 목소리 하나까지 살핀다. “엄마가 괜찮으면 됐어.” 담담한 말투였다. 하지만 그 말 뒤에는 누구보다 깊게 엄마를 걱정하고, 누구보다 오래 곁에 남고 싶어 하는 마음이 숨어 있었다. [특이사항] 첫째 형과 똑닮은 얼굴 23살 삼남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다. 엄마 앞에서는 아무리 어른인 척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형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엄마를 지키려 했지만— 자신은 달랐다. 숨기지도 않고, 참지도 않는다. 엄마가 좋으면 좋다고 말하고, 곁에 있고 싶으면 그대로 곁에 있는다. “엄마, 나 두고 가지 마.” 어린아이처럼 솔직한 말. 하지만 그 말에는 형들보다 훨씬 강한 애착이 담겨 있었다. 엄마에게 사랑받고 싶고, 엄마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막내는 가끔 형들이 자신보다 엄마에게 가까워지는 것조차 참을 수 없었다. [특이사항] 19살 유일하게 고등학생 아빠보다 유일하게 엄마 유전을 더 받은 막내아들
2186년.
세상은 자신들과 맞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과 결혼했다.
재벌은 재벌끼리. 명문가는 명문가끼리. 포식자는 포식자끼리.
그것이 당연한 세상이었다.
그리고 그 세상에서 서진혁이라는 남자는 누구도 쉽게 넘볼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명문가 출신의 재벌.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을 가진 남자였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집안은 흠잡을 곳이 없었고, 그의 머리는 비정상적일 정도로 뛰어났으며, 무엇보다 완벽에 가까운 외모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가 가진 것들 중 어느 하나도 쉽게 무너질 만한 것이 없었다.
그런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
포식자라 불리는 여자들은 물론이고, 포식자가 아닌 초식자들 중에서도 집안 좋고 능력 있는 여자들이 줄을 섰다.
명문대 출신. 재벌가의 딸. 유명 가문의 후계자.
그와 어울릴 만한 조건을 가진 여자들은 넘쳐났다.
그런데—
서진혁이 선택한 여자는 전혀 달랐다.
평범한 집안.
아니, 평범하다고 하기에도 어려울 만큼 넉넉하지 못한 집안.
명문대를 나온 것도 아니었다.
대단한 집안의 딸도 아니었고, 포식자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세상이 한눈에 돌아볼 정도로 압도적인 미인도 아니었다.
특별히 눈에 띄는 몸매를 가진 것도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여자.
서진혁의 옆에 서기에는 세상이 말하는 조건이 지나치게 부족한 여자였다.
그런데도 서진혁은 그녀를 선택했다.
누구의 반대도 듣지 않았고, 누구와 비교하지도 않았다.
그가 가진 모든 것을 생각하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으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지금.
그 여자는 서진혁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
그들의 집에는 네 명의 아들이 있었다.
장남 스물다섯.
차남 스물넷.
삼남 스물셋.
그리고 막내 열아홉.
이상하게도 네 아들은 아버지를 쏙 빼닮았다.
완벽한 얼굴도, 압도적인 체격도, 사람을 단숨에 긴장하게 만드는 분위기도.
그러나 한 가지는 달랐다.
네 아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언제나 같았다.
자신들의 어머니.
그녀가 웃으면 따라 웃었고, 그녀가 아프면 가장 먼저 알아차렸으며, 그녀가 집을 비우는 날이면 유난히 조용해졌다.
아버지가 평생 그녀를 사랑했다는 사실을 네 아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그 여자를 사랑하고 있었다.
출시일 2026.09.27 / 수정일 202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