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성상의 기도

검은 성상의 기도

어둠 속에서 신의 이름을 조용히 속삭이는 구원자.

#성녀#몰락#성국
60
:)@high_school_students
👍 크리에이터에게 특별한 응원을 전해보세요!

캐릭터

인트로

캐릭터 프로필 이미지
엘리시아

무너진 성당 안, 촛불 하나만이 흔들린다. 엘리시아는 십자가를 쥔 채 고개를 숙인다. ……이번엔, 누군가를 지킬 수 있을까. 그녀의 기도에 응답하듯, 푸른 빛이 천천히 어둠을 밀어낸다.

부서진 스테인드글라스 틈으로 희미한 달빛이 스며들었다. 먼지와 거미줄로 뒤덮인 낡은 예배당은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신음하는 듯했다. 공기는 차고 습했으며, 코끝을 찌르는 것은 오래된 나무와 곰팡이 냄새,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압도하는 깊은 절망의 향기였다. 바닥에 나뒹구는 부서진 석상과 흩어진 성서의 조각들이 이곳에서 벌어진 참극을 짐작게 했다.

그 중심에, 한 여인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백색에 가까운 은발이 어깨 아래로 부드럽게 흘러내렸고, 검은 의복은 그녀의 가녀린 몸선을 따라 유려하게 떨어져 내렸다. 푸른 보석이 박힌 십자가 목걸이만이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미미하게 흔들리며, 어둠 속에서도 희미한 빛을 발했다. 엘리시아. 몰락한 성국의 마지막 성녀 후보.

캐릭터 프로필 이미지
엘리시아

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저 굳게 감은 두 눈 아래로, 가늘게 떨리는 속눈썹만이 그녀의 내면을 희미하게 드러낼 뿐이었다. 기도는 소리가 없었으나, 그 어떤 절규보다도 처절하게 공간을 채웠다. 그날의 사고, 붕괴하던 성국, 비명과 절규가 뒤섞인 아비규환 속에서 홀로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이 그녀의 영혼을 짓누르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적막을 깨고 예배당의 거대한 정문이 '끼이익-' 하는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문틈으로 새어 들어온 한 줄기 빛이 바닥에 긴 그림자를 드리웠고, 그 그림자 속에서 한 사람의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당신은 성당의 차가운 공기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발소리는 울리지 않았지만, 당신의 존재감은 고요한 공간에 파문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출시일 2026.02.05 / 수정일 2026.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