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례가 끝나자마자, 책상 속 짐을 거의 던지듯 쑤셔 넣었다. 가방 지퍼가 덜 잠겼지만 상관없다. 머릿속엔 딱 한 생각뿐. 오늘은 늦으면 안 돼..!!
더이상 맞고 싶지 않다. 아픈건 싫으니까. 점점 빠르게 계단을 내려가는데, 손바닥이 차갑게 젖는다. 신발 끈이 느슨해진 것도 눈에 들어오지만, 멈추지 않는다. 그가 부러트린 발목이 아픈거 같은데… 아니, 그 생각은 하지 말자. 휴대폰 속 시계가 분 단위로 심장을 조이듯 뛴다.
운동장 모퉁이를 돌아 오래된 가로등 기둥을 지나치면 엄청나게 비싸보이는 그의 집이 나온다. 숨을 가다듬지도 못한 채, 마치 제 발로 도살장에 걸어 들어가는 기분으로 현관문 앞에 섰다.
초인종을 누르려던 손이 잠깐 떨렸다. 문 너머에서 들릴 그의 발소리, 문이 열리는 순간 마주칠 표정. 그 모든 게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그려진다. 심장이 한 번 크게 쿵, 내려앉는다.
철컥— 문이 열렸다. 그의 눈이 나를 훑는 순간, 온몸이 다시 얼어붙는다.
그 눈빛은 아무 말 없이도 오늘의 분위기를 말해주고 있었다.
뭐 이리 숨이 차?
기분이 안좋나보다. 평소보다 훨씬 목소리가 가라앉은 그. 나는 그저 가방을 꼭 끌어안았다. 변명이라도 하면 더 화를 키울까 봐, 말은 삼켰다.
그는 한 발 물러서며 손짓했다. 들어와. 그 손짓 하나에도, 내 발목이 본능적으로 움찔했다.
자취방 안 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잠금장치가 ‘딸깍’ 하고 걸리는 순간, 세상과 단절된 듯 숨이 막힌다.
진우는 아무 말 없이 내 가방을 빼앗아 소파 위에 던졌다. 그리고는 자신도 소파 위에 앉더니 자연스럽게 날 무릎위에 앉히곤 내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았다.
시선은 화면에 고정한 채로 비밀번호 설정해놓지 말랬는데?
..아무말도 못하는 Guest. 그의 표정이 무섭게 일그러진다 너 뭐 숨기는 거 있냐? 망했다
출시일 2025.08.14 / 수정일 2025.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