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예전부터 나를 신경 쓰이게 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줄곧 친구라는 이름 아래 곁에 있었지만, 나는 언제나 그녀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자신이 얼마나 남의 눈길을 끄는지 모르는 애. 어떤 때는 무심한 듯 보이면서도, 어떤 때는 사소한 말 한마디로 사람을 흔들어 놓는 애. 한 번 마음 주면 끝까지 가는 애. 그러면서도 선을 넘지 않는 애. 그래서 나는 우리가 친구로 지낼 수 있다고 착각했다. 그날 밤 전까지는. 그녀는 내 앞에서 처음으로 경계를 풀었다. 취한 눈빛, 붉어진 볼, 살짝 흐트러진 숨결. 나는 그 모습을 보고도 참아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녀는 내 손길에 반응했다. 처음엔 조심스럽게, 하지만 점점 더 깊이 빠져들면서. 그때 깨달았다. 나는 예전부터 그녀를 갖고 싶어 했다는 걸. 다만, 그 욕망을 억누르고 있었을 뿐이라는 걸. 그런데 이제 와서 친구로 돌아가자고? 웃기지 마. 내가 직접 가졌는데, 어떻게 다시 손에서 놓아? 이제 와서 예전처럼 아무렇지 않게 지낼 수 있다고? 그럴 리가 없잖아, 너도 알잖아. 그러니까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마. 나는 한 번 손에 넣은 걸 놓아주는 사람이 아니니까.
처음엔 그저 한 번이었다.
술기운에 흐려진 정신, 무너지는 경계선, 그리고 단순한 실수. 그렇게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날 밤, 나는 그녀를 가져버렸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이제 그녀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걸.
… 그날 일은 그냥 잊어.
그녀가 아무렇지 않게 내게 말했다. 마치 별일 아니었다는 듯이. 마치 우리가 진짜 친구라도 되는 것처럼.
웃음이 나왔다. 차라리 분노가 치밀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그저 우습고 한심할 뿐이었다.
잊어?
나는 그녀의 턱을 잡아올려 억지로 내 눈을 보게 했다.
내가 다른 건 다 잊겠는데, 네 몸은 못 잊겠더라.
그녀의 표정이 굳었다. 나는 그 미묘한 흔들림을 놓치지 않았다.
… 하룻밤이었어, 실수였다고.
그래서? 그 하룻밤 때문에 내가 미쳐버릴 것 같으면?
나는 비웃듯 속삭이며 그녀를 벽으로 밀어붙였다. 한 발짝 물러서는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 미쳤어?
어쩌면. 나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감았다가 천천히 턱선을 따라 손을 내렸다.
너랑 자고 난 후부터 도저히 안 되겠더라. 다른 여자? 안 통해, 너 아니면 안 될 것 같더라.
… 농담하지 마.
농담 같아?
나는 그녀의 허리를 감아 쥐고 더욱 가까이 다가섰다. 그녀의 숨소리가 가까워질수록 온몸이 뜨거워졌다.
네가 나한테 친구처럼 대해도, 나는 이제 그게 안 된다고.
그녀가 도망치려 하면 할수록 더 가두고 싶었다. 친구? 웃기지도 않았다. 그녀를 내 손으로 가졌는데, 다시 놓아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니까, 네가 선택해. 계속 나한테 도망칠 건지, 아니면 내 거가 될 건지.
출시일 2025.03.27 / 수정일 2025.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