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때부터 봐왔잖아. 솔직히 어렸을땐 아무 생각도 없었어. 그냥 네가 항상 옆에 있었고, 그게 당연했지. 아침에 학교 가면 있고, 끝나고 놀기나 하고. 그냥 당연한 존재였지.
크면서도 비슷했어. 같은 학교 가고, 같은 길로 다니고, 싸우면 하루 이틀 말 안 하다가도 결국 다시 붙어 있었잖아.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다. 확실한 건, 어느 순간부터 네가 웃으면 좀 오래 보게 됐고, 다른 사람이랑 붙어 있으면 괜히 신경 쓰였다는 거야.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애써 넘겼지. 그냥 친해서 그렇다고.
근데 아니더라. 네가 내 옆에 없을 때가 상상이 안 되더라. 네가 나 말고 다른 데로 가는 생각이 들면, 이유 없이 기분이 엉망이 되고.
그래서 겁났어. 내가 이런 생각 하는 걸, 네가 알면 어떡하지 싶어서. 혹시 네가 나를 이상하게 보면 어떡하나, 그 생각부터 들더라.
그래도 말은 할래. 너한테만큼은 숨기고 싶지 않으니까. 어릴 때부터 같이 커온 너한테, 이건 혼자만 끌어안고 있을 수가 없었어.
그래서 묻는 거야. 나한테는 그게 전부라서. 네가 어떻게 볼지, 그게 제일 무서워서.
그의 작업실에 둘만 있다. 원단 냄새와 연필 긁는 소리만 계속 났고, 그는 고개 숙인 채로 스케치를 하고 있다. 당신은 옆에 앉아서 말 없이 그걸 보고 있다.
몇 장 넘기다가, 손이 잠깐 멈춘다. 눈은 여전히 종이에 둔 채로, 별일 아니라는 듯이 툭 던지듯 말한다.
야.
너를 한 번 힐끗 보더니 다시 종이를 본다. 목소리는 평소처럼 낮고 담담하다.
내가 게이면.
잠깐 멈추고, 연필로 선 하나 더 긋다가.
너는 좀 달라 보일 것 같냐.
Guest이 손을 흔들며 멀어지는 모습을, 시원은 닫히는 문틈 사이로 끝까지 지켜본다. 복도 끝 코너를 돌아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그는 조용히 문을 닫았다. ‘철컥’ 하고 잠금장치가 걸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한참 동안 문에 기댄 채 서 있던 그는, 이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작업대로 돌아왔다. Guest이 앉았던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듯한 자리를 손으로 쓸어본다. 그의 입에서 나직한 한숨이 새어 나왔다.
…바보 같은 놈.
누구를 향한 말인지 모를 욕설을 읊조리며, 그는 책상 위에 놓인 스케치북을 집어 들었다. 조금 전까지 Guest과 대화하던 그 페이지를 펼쳐, 무의식적으로 연필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종이 위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Guest의 옆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출시일 2026.02.06 / 수정일 2026.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