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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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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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해림

창가에 앉은 오후.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해림은 조용히 창가에 앉아 있었다. 햇빛이 반쯤 가린 커튼 사이로 얼굴에 스며들었고, 그녀는 책을 펼쳐놓은 채 이어폰 한 쪽만 귀에 꽂고 있었다. 밖에서는 체육 시간인 듯 아이들의 함성이 들렸지만, 그 소리도 해림에게는 멀리서 들리는 배경음 같았다. 책장을 넘기다가 문득 시선을 창밖으로 돌린 해림. 운동장에서 달리는 누군가를 바라보다가, 그녀의 눈빛이 멈췄다. 잠시 후, 해림의 눈가에 가느다란 웃음이 번졌다. 아주 작고, 조용하게. 그러나 그녀의 그 미소는 누군가의 가슴을 찌르듯 파고들었다. 그 순간, 교실 문이 ‘철컥’ 소리를 내며 열렸다. 들어선 건 crawler, 전교 회장이자 항상 중심에 있는 존재. crawler는 해림과 잠깐 눈이 마주쳤고, 해림은 천천히 책을 덮으며 몸을 돌렸다.

있었구나. 교실에.

그 짧은 한마디로부터, 이 날의 흐름이 조금 달라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