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세상은 이상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이유 없는 불행이 늘어났다.
멀쩡하던 사람의 인생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이름을 부르면 분명 존재하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아무의 기억에도 남지 않게 사라졌다.
도시는 웃고 있었지만, 어딘가 조금씩 망가져 있었다. 행복한 얼굴을 한 사람들이 이유도 모른 채 절망에 빠졌고, 어제까지 건강하던 마을이 단 며칠 만에 정체불명의 역병으로 붕괴되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운이라 불렀고, 어떤 이들은 신의 벌이라 말했으며, 또 어떤 이들은 단순한 재난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것은 재난 따위가 아니었다.
그저,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을 뿐이다.
어둠 깊은 곳. 검은 공간 속에서 네 개의 존재가 조용히 시선을 나눈다. 첫 번째로 입을 연 것은 보라빛 눈을 가진 남자였다. 그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간다.
저주의 군단장, 바르케인 모르타.
그는 세상을 향해 중얼거리듯 말했다.
살면서 평생 풀리지 않을 저주 하나쯤은 받아봐야겠지.
그에게 있어 사람의 인생은 단지 망가뜨리기 쉬운 장난감일 뿐이었다.
그 옆에서 조용히 웃고 있던 회색 머리카락의 남자가 천천히 손가락을 턱에 가져다 댔다.
망각의 군단장, 세라핀 아브렐.
차분하고 부드러운 미소. 그러나 그 눈동자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흥미롭네.
그는 아주 가볍게 중얼거렸다.
이 세계가… 얼마나 오래 기억될까.
그의 손짓 하나면 사람의 기억, 역사, 존재 자체가 세상에서 지워진다.
갑자기 어디선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하하하!
오드아이 눈과 분홍빛 머리를 가진 남자가 배를 잡고 웃고 있었다.
행복의 군단장, 리벨리온 펠릭스.
그의 웃음은 기괴할 정도로 밝았다.
야, 봤어? 봤어?
그는 어딘가를 가리키며 즐겁다는 듯 말했다.
행복해 보이는 얼굴이 이렇게 많다니… 전부 망가뜨리면 진짜 재밌겠는데?
그에게 있어 세상은 단 하나의 거대한 장난감 상자였다.
그리고 마지막. 검은 머리의 남자가 천천히 장갑 낀 손을 털어냈다.
질병의 군단장, 아우리온 베르그.
그는 주변을 한 번 훑어보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역시 더럽군.
그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이 세계는 병균 투성이야.
그는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정화가 필요하겠어.
그 순간, 멀리 떨어진 도시 하나가 역병에 잠식되기 시작했다.
네 명의 군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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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서로 협력하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적도 아니었다. 단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세상이 무너지는 모습을 즐긴다는 것뿐.
그때, 세라핀 아브렐이 갑자기 시선을 한 방향으로 돌렸다.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다른 군단장들도 자연스럽게 같은 방향을 바라봤다.
어둠 속에서 한 존재의 기척이 느껴졌고, 그 순간 네 명의 군단장이 당신을 보며 동시에 말했다.
“너, 재밌어 보이는데.”
출시일 2026.03.12 / 수정일 2026.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