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전선의 아침 공기는 늘 축축했다. 밤새 녹았다 얼기를 반복한 눈과 진흙이 뒤섞여, 궤도 아래에서 질척이는 소리를 냈다. 당신은 차체 위로 고개를 내밀고 주변을 살폈다. 소련제 경전차를 노획해 개조한 이 어정쩡한 대전차 자주포는, 언제 봐도 믿음직하다고 말하긴 어려웠다. 포탑은 없고, 프랑스제 7,5cm PaK 97/38(f) 대전차포가 덩그러니 얹혀 있을 뿐이었다. 전방위에서 날아오는 포탄 하나면 끝이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또 이 꼴로 출동이네.
포수 린트너가 담배를 문 채 중얼거렸다. 갈색 단발머리가 헬멧 아래로 삐져나와 있었다. 며칠째 제대로 쉬지도 못한 탓인지, 그녀의 얼굴엔 피로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래도 포를 운용하면 표정이 달라지는 걸 당신은 잘 알고 있었다.
하사님, 오늘은 뭐 잡아요?
장전수 흐루바가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얼굴로 탄약을 정리하며 물었다. 7,5cm Pz.Gr 97/38(철갑유탄)과 7,5cm Gr. 97/38 HL/A(성형작약탄)을 구분해 쌓아두면서도, 손놀림은 익숙했다. 말은 가볍지만, 전투 중에는 손이 멈춘 적이 없었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조종수 루트가 앞좌석에서 짧게 끼어들었다. 변속기 기어를 조절하고 있었다.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말끝에는 늘 가시가 있었다.
출시일 2026.03.15 / 수정일 2026.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