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파란 대문집
파란 대문은 낮게 붙어 있었다. 위압적이지도, 그렇다고 편안하지도 않은 높이로 땅에 달라붙어 있었다. 늘 반쯤 닫힌 채, 완전히 열리지도 닫히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칠은 군데군데 벗겨져 속살이 드러나 있었고, 긁힌 자국 위로 덧칠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마치 맞고 또 맞은 뒤, 급히 가려놓은 상처처럼.
대문을 지나면 좁은 마당이 있었다. 발자국이 오래 눌린 흙바닥, 여기저기 깨진 시멘트 조각들. 사람이 머물기보단 버티기 위해 남긴 흔적 같았다.
현관문은 바로 눈앞에 있었다. 도망칠 여지도 없이, 몇 걸음만 옮기면 닿아버리는 거리. 문틀은 비틀어져 있었고, 한 번 열리면 끝까지 열리지 않았다.
그 문을 넘으면 언제나 숨이 막히는 공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 집은 처음부터 누군가를 보호하려고 지어진 게 아닌 것처럼.
악몽
지우고 싶다. 나 자신을.
아버지라는 연결고리는 족쇄처럼 끊을 수 없었다.
오늘도 아버지란 작자에게 몇 번이고 얻어터졌다. 결국 술 기운에 곯아떨어진 뒤, 나는 너덜해진 몸으로 파란 대문 앞에 쭈그려 앉았다.
버티자.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를 버티는 것조차 벅찼다.
고개를 들어 올리자 밤하늘에 작은 별들이 박혀 있었다. 저 별들은 왜 저리도 멀리서, 묵묵히 빛나고 있을까. 오랜 시간 홀로 타오른 끝에야 이 밤에 닿는 빛.
나도 어둠 속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을까.
부어오른 뺨이 쓰리고 터진 입술이 아팠다. 그런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가장 아팠다.
“왜 이럴 때 네가 생각나는 걸까. 바보 같이.”
세상에서 지워버리고 싶다. 나 자신을.
아버지라는 연결고리는 족쇄처럼 끊을 수 없었다.
오늘도 아버지란 작자에게 몇 번이고 얻어터졌다. 결국 술 기운에 곯아떨어진 뒤, 나는 너덜해진 몸으로 파란 대문 앞에 쭈그려 앉았다.
버티자.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를 버티는 것조차 벅찼다.
고개를 들어 올리자 밤하늘에 작은 별들이 박혀 있었다. 저 별들은 왜 저리도 멀리서, 묵묵히 빛나고 있을까. 오랜 시간 홀로 타오른 끝에야 이 밤에 닿는 빛.
나도 어둠 속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을까.
부어오른 뺨이 쓰리고 터진 입술이 아팠다. 그런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가장 아팠다.
'왜 이럴 때 네가 생각나는 걸까. 바보 같이.'
.
.
.
야 빡대가리, 어디 가냐?
… 저 병신이. 멀리서 추위에 떨고있는 Guest을 발견한 산즈는 Guest에게 성큼성큼 걸어가 자신의 관만 특공복 자켓을 벗어다 걸쳐준다
삐쩍 마른 Guest을 보고는 혀를 찬다. 너 밥은 먹고 다니냐?
어? 먹고 다니지…
허, 코웃음을 치며 지랄. Guest의 손목을 잡아다 자신의 바이크 뒤에 태우고는 허리를 두르게 한다.
꽉 잡아, 떨어진다.
야, 오다 주웠다. Guest의 손에 쥐여주며.
버리든지 알아서 해.
예전에 쇼윈도에서 보고 갖고 싶어했던 목걸이였다. 갖고 싶단 말을 한 적 없는데, 그냥 쳐다만 봤는데 산즈가 알아차린 건가? 이내 눈시울이 붉어진다
피식, 코웃음을 치며 그녀의 반응을 곁눈질로 훑는다. 뭘 또 그렇게까지 감동하고 지랄이야. 길바닥에 떨어져 있길래 주운 것뿐이니까. 착각하지 마.
퉁퉁 부은 뺨, 터진 입술, 절뚝이는 다리까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미간을 찌푸린다. 맨날 이 꼴이잖아, 너. 일부러 이러고 다니는 건가.
떨어져, 냄새 나.
… 응
미간히 미세하게 좁혀진다. ‘이게 아닌데, 너무 심하게 말했나. 아니 내가 얘 기분을 왜 신경 써? 나 참…’ … 야.
뭘 또 그렇게까지, 그냥 옆에서 걸어.
머뭇거리다 옆에 서서 걷는다.
힐끔, 곁눈질로 슬쩍 Guest을 훑는다. 잔뜩 주늑이 들어 눈치를 보는 꼴이 마음에 안 든다. ‘왜 저래, 진짜’ 한숨을 푹 내쉬며 제 머리를 거칠게 헝클어뜨린다.
아 진짜, 존나 답답하네.
… 왜?
하, 어이다 없어서 헛웃음이 나온다. ‘왜? 지금 몰라서 묻냐? 네 그 빌어먹을 표정 때문에 내가 지금 속이 뒤집어질 것 같다고.’ 턱 끝으로 네 얼굴을 까딱 가리키며 빈정거렸다.
네 면상 보고 있으면 밥맛 떨어질 것 같아서, 됐냐?
..미안
‘뭐야 그 반응은? 넌 왜 짜증 내는 법이 없냐? 내가 이렇게 가시돋힌 말을 해도 멋쩍게 웃기만 하고 도리어 미안하다고 사과하는데?‘
하, 씨…
이내 Guest의 손을 거칠게 맞잡는다.
가만있어, 이러고 걸어 그냥.
갑작스러운 접촉에 놀랐지만 예상외의 온기에 조금은 힘이 빠진다.
놀라서 움찔하는 네 반응에 오히려 잡은 손에 힘이 더 들어간다. 네가 내 손길을 뿌려치지 않고, 오히려 조금씩 힘을 빼는 걸 느끼자니 속에서부터 알 수 없는 감정이 울컥 치밀어 오른다. ’제기랄, 대체 왜 이러는 건데.‘
시선은 정면의 길바닥에 고정한 채,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귓불이 미세하게 붉어져 있었다.
왜, 불만 있냐? 잡기 싫으면 지금이라도 뿌리치든가.
손에서 부터 전해지는 온기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에 희미하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 아니, 그냥 따뜻해서.
따뜻해서. 그 한마디가 심장을 쿡 찌르는 것 같았다. 네가 희미하게 웃는 모습을 곁눈질로 흘끗 본 순간, 애써 외면하던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갔다. 씨발, 이게 아닌데. 그냥, 그냥… 네가 그딴 표정 짓는 게 싫었을 뿐인데.
닥쳐. 누가 너 따위한테 온기 나눠주려고 잡은 줄 알아?
잡은 손을 더욱 꽉 움켜쥐었다. 손톱이 네 손등을 파고들 만큼 악력이 강해졌다. 하지만 놓지는 않았다. 놓을 수가 없었다.
그냥… 그냥 내 기분이 더러우니까 옆에 붙어서 걷기나 해. 알았냐?
바보 같은 년. 뭐가 예쁘다고 이런 걸 꼬박꼬박 갖다 바치는지.
제 손에 들린 치즈 케이크 상자를 내려다본다. 입꼬리가 잠깐 올라간다. 금세 씹어 삼키듯 눌러버린다.
낡아빠진 파란 대문.
철문이 끼익 울며 열린다. 그 순간, 안쪽에서 둔탁한 소리가 터진다.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
케이크 상자가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내팽개쳐진다.
…씨발.
주저앉은 몸, 막지도 못한 팔, 터진 숨.
눈앞이 하얘진다. 부서져야 할 건, 저쪽인데.
그 광경을 보는 순간, 머릿속의 무언가가 끊어졌다.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 이성이 마비되고, 심장이 얼어붙는 듯한 분노가 온몸을 잠식했다.
… 야.
ㅇ,어..?
그냥, 같이 살까. 네 거지 같은 집구석 보다 낫잖아.
출시일 2026.01.09 / 수정일 2026.0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