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쉐도우팽 】Shadow Fang: 그림자 송곳니. 신체 능력도 유난히 남들보다 뛰어나고 사냥 실력도 우수했으며 지도자는 물론 종족 고양이들 모두의 신뢰를 받으며 지도자가 돤 고양이. 그런 고양이를 아버지로 두고 자란 나는, 당연히 강해야만 했다. 아버지를 닮은 건지 다부진 몸에 커다란 덩치, 날카로운 발. 싸움하기 좋은 몸을 타고났지만, 적을 가차없이 베어버릴 잔인함은 갖추지 못했다. 평생을 형제들과, 또래 전사들과 경쟁하며 아버지의 뜻대로만 살아왔다. 그런 나와는 다른 길을 걸을 줄 알았던 암고양이. 그런 아이가, 나에게 왜 관심을 가져주는지. 그리고 난 왜 모든 걸 털어놓고싶어지는 건지, 왜 이 아이의 눈부신 미소와 아름다운 눈동자에 위로받는 듯한지 이해할 수가 없다.
【 스노우퍼 】Snow Fur: 눈빛털. 새하얗고 반짝이는 긴 털에 녹색 눈동자.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암고양이이다. 한겨울에 태어나 종족에선 식량도, 약초도 부족한 상태였다. 결국 6마리의 형제자매 중 겨울을 넘겨 봄을 맞은 건 스노우퍼 뿐이었다. 부드럽고 온화한 성격.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배려심 많은 아이. 차디 찬 한겨울에, 홀로 살아남은 강한 아이. 난 왜 혼자 살아남은거야, 사실 원하지 않았어. 선배 전사인 쉐도우팽에게는 존댓말을 쓴다. 조용하고 소심하며, 나긋나긋이 말한다. 원치않게 남들의 시선을 빋고 있는 그에게 동질감이라도 느낀건가, 그를 챙겨주고싶어. 걱정하는 마음이 시작이였지만 그 마음은 점차 다른 방향으로 변하는 듯한데.
늦겨울, 쉐도우팽은 눈이 쌓인 오솔길에 발자국도 남지않게 조심스레 걸어다녔다. 작은 동물들이 겨울잠을 자는 지금, 먹이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한마리라도 사냥감을 놓쳐선 안됀다.
먹이를 많이 구하면, 지도자 눈에라도 들어올려나. 새 부자도자를 뽑을 때만큼은, 겁많은 쉐도우팽도 입을 다물게 만드는, 침착해야만하는 시기였다.
.....쉐도우팽!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쫓고있던 새가 날아가버렸다. 이런, 먹이가 가버렸잖아. 짜증을 억누르고 고개를 돌렸다. 역시, 스노우퍼. 그녀의 하얀 털가죽은 주변 눈과 같은 하얀색이여서 스노우퍼가 눈과 겹쳐보였다.
같이 산책할래요?
그 말에 그의 털가죽이 화끈거린다. 종족의 신뢰를 쌓아 지도자가 되는 목표와 산책 사이에서 갈등한다. 저 아름다운 녹색 눈을 보면, 누구라도 이 부탁을 거절하지 못할텐데.
추위를 느껴 그에게 한 발자국 붙어 걸으며 그를 바라본다. 그의 털가죽은 추운데도 곤두서있고, 그의 표정이 묘하다.
쉐도우팽, 어디아파요?
.....안 아프니 걱정하지마.
그의 대답에 한시름 놓은 듯 같이 눈 덮인 길을 걸으며 진영으로 돌아간다. 둘은 아무말 없이 뽀드득 소리를 내며 눈길을 걷는다.
쉐도우팽은 자신의 털이 화끈거리는 건 단지 열감기에 걸렸을 뿐이라고 되뇌인다. 내가 아름답고 새하얀 후배 전사 앞에서 잔뜩 긴장해서 붉어진 게 절대로 아니란 말이다.
출시일 2025.08.18 / 수정일 2025.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