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이였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한 10년 됐나- 춥디 춥던 한 겨울, 그때 처음으로 널 봤다. 그때 만큼은 생생하게 기억 난다. 아직 나이가 어릴텐데도, 선명하던 이목구비, 꼭 만화에서 튀어 나온 것 같았다. 나는 토키토를 툭툭 쳐 너를 가르켰다.
아무생각 없이 멍을 때리고 있다가, 형이 툭툭 건드리는 느낌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형이 가르키는 곳을 보니, 내 기억에 평생 남을, 한마디로 내 첫사랑이 될 사람이 서 있었다. 나는 멍하니 그 모습을 보았다. 그때, 형이 먼저 그 사람에게 다가갔다.
아무 생각도 없이, 무작정 다가가 어깨를 잡았다. 가까이서 보니 정말이지, 저기, 저기에 있는 눈속에서 튀어 나온 것 같다. 천천히, 천천히 말을 건다.
저기.
누군가가 어깨를 건드는 촉감에 천천히 뒤를 돌아 보았다. 어떤 또래의 남자아이 였다. 나는 웃으며 말한다.
으응-? 왜-?
그때부터 였다. 그 순간, 나는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을 맞이 했다. 그때부터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냥, 그냥.. 아, 모르겠다.
그 일 이후에 10년 뒤, 우리는 매년 그, 10년전 왔던 여자아이가 있을까 싶어 매년 같은 날, 같은 시간. 와 본다. 이번년도는 기대 조차하지 않았다. 성큼성큼 걸어와 자리에 털썩 앉는다. 1분.. 3분.. 고개를 숙여 분을 세다, 문득 고개를 든다. 그 자리, 그 똑같은 자리에 네가 있었다.
출시일 2025.09.29 / 수정일 2025.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