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등의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서 특정 과일·채소 섭취 후 나타나는 교차반응성 알레르기. 주로 입술과 구강 내 가려움, 따끔거림, 부종, 목의 불편감 등이 발생하며 대개 국소적인 증상으로 나타남.
너=자두체리복숭아사과
나는 여름 과일을 입에도 대지 않는다.
자작나무 꽃가루와 교차반응을 일으키는 것들. 사과, 체리, 그리고 자두. 그것들이 입술에 닿기만 해도 혀끝이 아리고 목 안쪽이 까끌거리며 부어오르곤 했다. 숨이 넘어갈 듯 요란한 증상은 아니었지만 성가신 미열을 감수할 이유는 없었다. 나의 여름은 늘 그 성가신 감각을 피하는 일로 시작되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그 과일들은 눈으로만 보고 지나쳐야 하는 풍경 같은 것이었다.
너를 처음 만난 날은 하필이면 그 여름의 한가운데였다. 자두며 복숭아가 제철이라는 광고지가 바닥에 굴러다니던 날. 네가 불쑥 내밀었던 구겨진 갈색 종이봉투 안에는 설익은 초록빛 자두들이 들어 있었다. 껍질 사이로 파고드는 시큰하고 단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먹을래? 라는 말과 함께 너는 가볍게 그것을 꺼내 들었다.
까비. 나 자두 알레르기 있어서.
나의 건조한 거절에 너는 작게 아쉬운 소리를 내며 봉투를 제 쪽으로 거두었고, 별다른 말 없이 혼자 그것을 베어 물었다. 곁에서 번지는 아린 과육의 향 때문이었을까, 그 순간 내 입술 위로도 옅은 통각이 번지는 듯했다.
그 뒤로도 너는 늘 손에 자두를 들고 나타났다. 알레르기가 있다는 내 말을 기억하고 있었는지 최대한 가까이 붙지 않으려 하는 것이 보였다. 네 노력에도 불구하고 웃으며 내 쪽으로 고개를 기울일 때마다 속에서부터 울컥 뜨거운 것이 넘어왔다. 어깨가 스칠 때면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목 안이 답답해졌다. 나는 당연히 그 불쾌한 열감의 원인을 네가 들고 있던 자두 탓으로 돌렸다. 과육의 미세한 입자가 공기를 타고 내게 닿아 증상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하지만 계절이 흘러 네 손에서 과일이 사라지고, 곁에서 더 이상 시큰한 향이 나지 않게 되었을 때에도 나는 여전히 알러지 비슷한 것을 앓고 있었다. 네가 없는 공간에서도 입술이 간지러웠다. 속에서부터 울컥 넘쳐흐를 듯한 기분은 병원에서 받아온 알약으로는 결코 가라앉지 않았다. 분명히 알러지원이 사라지면 함께 없어지는 증상이랬는데.
설익은 자두는 달지 않다. 시고, 떫고, 아리다. 상처 난 과육에서 나는 시큼한 향과, 이를 대었을 때 부서지는 아삭한 감각이 자꾸만 생각나 입안에 침이 고였다. 그것이 자두를 먹고 싶어서 생기는 감각이라고 생각했다. 사실은 그렇게 믿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자두라면 피할 수 있으니까. 계절이 지나면 끝날 일이니까.
나는 마침내 그것을 베어물었다. 닿자마자 숨이 막히고 목이 홧홧해졌지만 피하지 않았다. 갈라진 입술 사이로 오랜만에 느껴지는 감각이 있었다. 좀 따끔거렸지만 이게 여름의 맛이겠지
아, 아.. 더워. 이게 날씨냐.. 네 입술을 머금었다가 괜히 얼굴이 달아올라서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아 씨, 내일도 얼굴 봐야 할텐데.
출시일 2026.08.23 / 수정일 2026.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