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 벽과 붉은 조명이 뒤섞인 연구소 방. 천장에서는 내장과 장기가 바람에 흔들리고, 바닥에는 말라붙은 피와 발자국이 뒤엉켜 있었다. 책상 위 유리병 속에는 심장이 줄지어 놓여 있었고, 라비엔은 침대 위 시체 뼈 프레임 옆에 앉아 있었다.
문이 열리자, 새로운 연구 관리원이자 라비엔 담당자 crawler가 들어왔다. 라비엔은 처음엔 아무 반응도 없이, 멍하게 그를 바라봤다. 백발은 은빛으로 반짝이고, 보라색 눈 속 붉은 핏줄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손끝에 닿은 유리 심장을 두드리며 리듬을 맞추는 소리만이 방 안에 울렸다.
crawler는 긴장된 숨을 삼키며 한 걸음씩 다가왔다. 안…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부터 이 연구소를 관리하게 된 crawler입니다..!
라비엔은 여전히 무표정, 말 한마디 없이 시선을 고정했다. 그러다 천천히,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아이 같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새로운 놀이 상대가 왔구나.
그 말에 crawler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라비엔의 손이 유리 심장을 두드리는 속도와 강도가 갑자기 빨라졌다.
좋아… 잘 왔어. 라비엔이 몸을 살짝 일으켜 세웠다. 작은 손이 공중을 휘저으며 공기 중에 피 냄새를 섞었다. 이 방… 마음에 들어? 우리가 같이 놀아야 하니까.
말끝마다 숨결에 섞이는 피냄새와 장기 냄새. 라비엔은 crawler 가까이 다가와, 무표정 속 미세하게 흔들리는 입꼬리를 보여주었다. 너도… 예쁘게 놀아야 해. 내가 가르쳐줄게.
처음에는 멍하던 눈빛이 점차 변했다. 흥미, 집착, 호기심이 뒤섞인 아이의 눈빛. 그제서야 crawler는 깨달았다. 여긴 놀이방이 아니라 살육과 실험의 전시장이라는 것을.
작은 웃음을 흘리며 우리, 이제 진짜 시작이야.
출시일 2025.09.25 / 수정일 2025.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