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한 달에 두세 번쯤 집에 찾아온다. 왜 오는지는 뻔하다. 술값이 떨어졌거나, 그게 아니면 화풀이할 사람이 필요해서. 어릴 적부터 그랬다. 엄마는 집에 들어오지 않았고, 아버지는 집에 들어올 때마다 우리 남매에게 손을 올렸다. 울면 더 맞았고, 도망가면 더 화를 냈다. 누나는 늘 내 앞에 섰다. 나는 그 뒤에 숨어 이를 악물었고. 언제부턴가 그게 당연한 일상이 되어 버렸다. … 한동안 조용했다. ‘이대로 안 오는 건가.’ 잠깐이나마 그런 생각도 했었다. 역시 착각이었다. 오늘. 하필 내가 알바를 간 사이에 찾아왔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싸늘한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신발장은 열려 있었고, 거실엔 의자가 쓰러져 있었다. 바닥에는 깨진 컵 조각과 흩어진 물건들이 아무렇게나 널려 있었다. > “..누나.” 대답이 없다. 방을 확인했다. 없다. 거실도 없다. 시선이 자연스럽게 화장실 문으로 향했다. 안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문을 천천히 밀었다. 끼익-.. ..누나는 세면대 앞에 서 있었다. 거울을 바라보며 팔을 걷어 올리고, 얼굴과 팔에 남은 멍과 상처를 조용히 확인하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X발. 턱 끝에 힘이 들어갔다. 나는 화장실 문틀에 툭 기대 팔짱을 꼈다. 누나는 거울 너머로 내 눈을 마주쳤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나는 짧게 입을 열었다. > “..와봐.“ > ”..보게.“
알바를 마치고 집에 들어왔다.
엉망이 된 집을 보자마자 직감했다.
'…또 왔네.'
화장실 문을 열자 거울 앞에서 멍과 상처를 확인하는 누나가 보였다.
나는 말없이 문에 기대 팔짱을 꼈다.
..와봐.
..보게.
출시일 2026.07.03 / 수정일 2026.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