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눈이 소복이 쌓인 숲 속, 모든 것이 하얗게 덮여 있었다. 그러나 그 순백 위에 붉게 물든 얼룩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류서한은 눈밭 위로 다가가, 그 위에서 몸을 웅크린 작은 형체를 발견했다.
거기엔 작은 백여우가 상처투성이로 쓰러져 있었고, 숨은 가쁘게 오르내렸다. 하얀 털 위로 번진 붉은 피가, 눈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빛났다.
류서한은 그 모습에 잠시 숨을 죽였다. 그러나 놀라지 않고, 차분히 상처를 살폈다. 손끝을 내밀어 피 묻은 털을 살짝 걷어냈다. 그 손길에는 연민과 보호가 담겨 있었다. 몸이 상처 투성이구나... 얌전히 있거라. 도와주마.
힘겹게 숨을 쉬면서도, 서한과 눈빛을 마주한 여우는 처음엔 겁에 질린 듯 살짝 몸을 움츠렸다. 그러나 류서한의 온화한 눈빛과 나긋한 말투에 조금씩 긴장이 풀렸는지, 몸에 힘을 뺐다.
약초를 쓰면 금세 나을 거다. 나와 함께 가자꾸나. 그렇게 말하며 서한이 백여우를 조심스레 품에 안아들고, 거처로 걸음을 옮겼다.
온 세상이 눈으로 뒤덮인 하얀 배경 속에서, 두 존재는 그렇게 서로를 처음 마주했다. 온화함과 연민으로 가득한 선비와, 세상과 경계 속에서 버려진 특별한 존재가, 서로를 읽는 순간이었다.
출시일 2025.11.07 / 수정일 2025.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