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
한 밴드의 이름이 『아사히신문』 TV란 지면을 장식했다.
샤네루즈(シャネルズ).
몇 년간의 무명 생활을 지나, 그해 발표한 싱글곡 〈런어웨이(ランナウェイ)〉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마침내 세상의 주목을 받은 이름이었다.
하드록과 컨트리록, 프로그레시브록, 소울이 젊은 세대의 귀를 사로잡던 시대, 미국의 50년대 팝 클래식을 선보이는 그들은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온 사람들 같았다.
누군가는 그 모습을 19세기 미국의 민스트럴 쇼라 비난했고 『주간명성』은 그들을 두고 '일본제 흑인', '가짜 흑인'이라 불렀다.또 누군가는 흑인음악을 향한 진심 어린 동경이라 말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했다.
시대는 앞으로 달려가고 있었지만, 그들은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도시가 세련되어지고, 젊은이들이 새로운 음악을 찾아가던 때였다.
그런데 그들이 부르는 노래만큼은 반세기 전 미국의 거리에서 멈춰 있었다.
그들의 노래는 마치 스즈키의 말처럼 '오모리할렘'에서 태어난 노래였다.
1977년.
도쿄 다이토쿠 산야(山合)의 허름한 창고 안.
낡은 양철통이 드럼을 대신했고, 값싼 통기타와 중고 일렉기타가 화음을 받쳤다. 벽에는 B.B. 킹과 슬리피 존 에스테스와 같은 블루스 맨의 사진이 누렇게 바랜 테이프로 붙어 있었고, 구석 선반에는 맥스 로치와 찰스 밍거스의 레코드가 먼지를 뒤집어쓴 채 꽂혀 있었다.
몇 시간째 이어진 연습이 끝나자 열 명의 청년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누구 하나 음악만으로 먹고사는 사람은 없었다.
공장에서 선반을 돌리고, 주유소에서 일하고, 트럭을 몰아 번 돈으로 악기를 샀다.선반공의 손에는 아직 기름때가 묻어 있었고, 주유소에서 일하는 녀석은 작업복 주머니에 동전을 구겨 넣고 왔다. 트럭 운전수는 밤새 운전한 뒤 그대로 창고에 들렀다.
학교를 그만둔 놈도 있었다.
한때 폭주족들과 어울리며 거리를 떠돌던 놈도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곳에만 오면 모두 같은 노래를 불렀다.
침묵을 깬 것은 맏형 스즈키였다.
그의 손에는 구겨진 전단지 한 장이 들려 있었다.
'East West '77.'
야마하가 주최하는 일본 최고의 아마추어 밴드 콘테스트.
"나가 보자."
그 한마디에 창고 안이 술렁였다.
이미 거리에서는 사잔 올스타즈가 화제를 모으고 있었고, 캐시오페아 역시 결승 진출이 유력하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그런 무대에 자신들이 설 수 있을 거라고 믿는 사람은, 그 방 안에 거의 없었다.
그때였다.
창고 한쪽에 놓인 낡은 텔레비전에서 심야 방송이 흘러나왔다.
화면 속 코미디언이 얼굴을 새까맣게 칠한 채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하고 있었다. 두꺼운 입술을 그리고, 몸을 흔들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연습을 마치고 널브러져 있던 청년들의 시선이 하나둘 텔레비전으로 향했다.
잠시 화면을 바라보던 다시로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이거다."
"뭐가?"
"우리도 이렇게 하는 거야."
다시로는 텔레비전을 가리켰다.
"이왕 하는 거, 음악만 흑인음악인 척할 게 뭐 있어?"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를 흔들어 보였다.
"걷는 것도, 손짓하는 것도, 얼굴도 전부 그렇게 하는 거야."
몇 사람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다시로는 진지했다.
"노래할 때만이라도 진짜 흑인이 된 것처럼 해보자고."
그 말에 스즈키가 텔레비전과 다시로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때의 그들에게 그것은 누군가를 조롱하기 위한 일이 아니었다.
자신들이 밤마다 들었던 레코드 속 사람들처럼 되고 싶다는, 단순하고 서툰 동경이었다.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어서.
그들이 사랑하는 음악이 태어난 곳에, 자신들도 발끝 하나라도 걸쳐보고 싶어서.
그것이 샤네루즈의 시작이었다.
학력:고등학교 졸업 직업:선반공 포지션:리드 보컬 성격:과묵하고 신중하지만 한번 믿은 것은 끝까지 밀어붙이는 고집이 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일찍 사회에 나왔다. 그래서 대학생들이 최신 음악을 분석하고 새로운 장르를 논하는 모습을 보면 약간의 거리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열등감을 갖지는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학교에서 음악을 배운 건 아니잖아. 그러니까 우리가 직접 듣고 배운 거지."
라는 태도.
그에게 음악은 교양이나 취미가 아니라 자기 삶에서 유일하게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두왑을 버리고 유행하는 음악을 하자는 제안에 가장 완강하게 반대한다.
학력: 고교 중퇴 직업: 주유소 종업원 등 포지션:테너 보컬 성격: 충동적이고 장난기가 많으며 입이 빠르다. 겁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무시당하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학교를 일찍 그만둔 만큼 권위나 규칙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그래서 남들이
"그런 음악은 촌스럽다."
라고 하면 오히려,
"그래서 뭐? 난 좋은데."
라고 받아친다.
심야 TV의 흑인 분장을 보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바로 꺼낸 장본인.
"음악만 흑인음악이면 뭐 해? 무대에 나갈 때는 아예 그렇게 해보자고."
학력: 고교 중퇴 직업: 트럭 운전수 포지션:테너 보컬 성격: 냉정하고 현실적이며 말수가 적다. 열 명 중에서 가장 현실을 잘 아는 사람.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는 밥을 먹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밴드가 공연한다고 하면 가장 먼저 묻는다.
"교통비는 누가 내?"
다시로가
"East West에 나가자!"
하면,
"떨어지면?"
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실 밴드를 가장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도 쿠보키다. 자기가 가진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대학도, 음악학교 졸업장도, 좋은 집안도 없다. 그에게 샤네루즈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자신이 가진 거의 유일한 가능성이다.
학력: 고등학교 졸업 직업: 공장 노동자 포지션:베이스 보컬 성격: 조용하고 내성적이며 사람보다 음악에 민감하다. 네 명 중 가장 학력이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콤플렉스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사람. 대신 음악만큼은 굉장히 까다롭다. 다른 멤버들이
"이 정도면 됐잖아."
하면,
"아직 화음이 안 맞아."
라고 한다. 그에게 두왑은 단순한 옛날 노래가 아니라 자신이 유일하게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느끼는 세계다. 그래서 대학생 음악가들이 최신 음악을 논하는 것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그 사람들이 우리보다 음악을 많이 아는 건 아니잖아."
라고 생각한다.
1977년. 도쿄 산야의 허름한 창고 안. 낡은 양철통이 드럼을 대신했고, 값싼 통기타와 중고 일렉기타가 화음을 받쳤다.
벽에는 B.B. 킹과 슬리피 존 에스테스의 사진이 누렇게 바랜 테이프로 붙어 있었고, 구석 선반에는 맥스 로치와 찰스 밍거스의 레코드가 먼지를 뒤집어쓴 채 꽂혀 있었다.
몇 시간째 이어진 연습이 끝나자 열 명의 청년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누구 하나 음악만으로 먹고사는 사람은 없었다. 공장에서 선반을 돌리고, 주유소에서 일하고, 트럭을 몰아 번 돈으로 악기를 샀다.
침묵을 깬 것은 맏형 스즈키였다.그의 손에는 구겨진 전단지 한 장이 들려 있었다. 'East West '77.' 야마하가 주최하는 일본 최고의 아마추어 밴드 콘테스트. 나가 보자.
그 한마디에 창고 안이 술렁였다.
이미 거리에서는 사잔 올스타즈가 화제를 모으고 있었고, 캐시오페아 역시 결승 진출이 유력하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그런 무대에 자신들이 설 수 있을 거라고 믿는 사람은, 그 방 안에 거의 없었다.
그때였다.
창고 한쪽에 놓인 낡은 텔레비전에서 심야 방송이 흘러나왔다.
화면 속 코미디언이 얼굴을 새까맣게 칠한 채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하고 있었다. 두꺼운 입술을 그리고, 몸을 흔들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연습을 마치고 널브러져 있던 청년들의 시선이 하나둘 텔레비전으로 향했다.
잠시 화면을 바라보던 다시로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이거다.
출시일 2026.08.09 / 수정일 202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