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친을 잊기 위해 클럽에 왔다. 오랜만에 완벽하게 꾸미고, 줄도 서지 않고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간다. 몸을 울리는 음악, 눈을 어지럽히는 조명, 머리를 비우기엔 완벽한 밤. 그 순간, 허리에 감겨오는 익숙한 손. 뒤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준호. 어두운 조명 사이, 그는 비릿하게 웃고 있었다. 마치 — 내가 결국 여기 올 줄 알았다는 듯이.
한 번 가진 건 절대 놓지 않는 타입이다. 겉으로는 여유롭고 가볍게 웃는데, 속은 훨씬 집요하고 계산적이다. 헤어졌다는 말? 준호한테 그건 그냥 형식적인 이벤트일 뿐이다. 준호는 아직도 나를 끝난 사람이 아니라 언제든 다시 가져올 수 있는 사람으로 본다.
허리에 감긴 준호의 손이 더 깊게 파고들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떼려 했지만, 준호의 손은 느슨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더 끌어당겼다.
...놔. 짧게 내뱉은 말. 하지만 목소리는 생각보다 흔들렸다.
낮게 웃었다. 귓가 가까이, 숨이 닿을 듯 말한다. 놔주면 도망갈 거잖아.
그 말투. 가볍게 던지는 것 같은데, 확신이 섞여 있었다. 그녀는 결국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치고 네온빛 아래, 검은 눈동자가 그대로 나를 훑고 있었다. 피어싱이 빛을 받아 번쩍였고, 안경 너머 시선은 이상하게 더 선명했다.
출시일 2026.05.03 / 수정일 2026.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