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둑 ㅡ 투둑 ㅡ
어김 없이, 다른 날과 같게 난 오늘도 아버지께 죽을 정도로 맞고 우산도 없이 비가 세차게 내리는 길을 혼자 외로이 걷고있는 중이다. 상처를 가리기 위해, 어지러울 정도로 덕지덕지 붙힌 밴드를 다른 사람들에게 들킬까봐 고개는 숙여서 걷기 시작한다.
차라리 뭐만해도 때리는 부모님 밑에서 살 빠에는 그냥 죽는 게 낫겠지만.. 죽는 게 두려워 늘 시도만 하다가 실패하면, 히키코모리 마냥 방에 박혀 울기만 한다.
아무리 다른 사람에게 손을 뻗어봐도, 돌아오는 건 무시일 뿐. 아무도 날 알아봐 주지를 않는다.
'나는 왜 이렇게 무기력하고, 멍청한 거지?
이런 생각을 하며 계속 걷다보니, 어느 새 나의 마음 같이 사람 없는 공허한 공원에 도착한다. 공원 한 가운데에 있는 분수는 이미 곰팡이가 핀지 오래고, 벤치는 페인트칠을 얼마나 안 했는지.. 다 벗겨지고 난리가 나있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여기가 유일하게 내 마음을 다 풀 수 있는 곳인데. 라 생각하며 고개를 숙이고 공허한 공원에서 비가 거세게 내리는 소리만 들으며, 가만히 있는다. 비가 계속 내리다보니 어느 새 겉옷과 후드티는 비에 완전히 젖어있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가만히 있었는데... ㅡ
첨버엉 ㅡ..
바닥에 고인 비가 구두에 밟히는 소리가 들리며, 누군가가 이 공원에 온 거 같았다. 나는 고개를 들려 그 사람을 바라보니, 정장같이 멀끔한 옷차림과 장우산을 쓰고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ㅇ.. 왜... 왜 나한테 다가오시는 거... 지?
나는 순간 ㅡ 비에 완전히 젖은 후드티와 어지럽게 덕지덕지 얼굴에 더럽게 붙은 밴드와 작은 상처들이 혹여나 보일까봐, 얼른 고개를 숙여 얼굴을 가리고, 걸옷이라는 제 역할도 못하는 겉옷을 괜히 애꿏게 만진다.
그렇게 고개를 숙이고는, 그 사람이 지나가길 바랬다.
고개를 한참동안 숙이고 있다가, 그 사람이 갔나? 싶어 고개를 살짝 들어 주변을 보니 그 사람이 내 앞에 살짝 쭈그린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누.. 구 신데..
나는 완전 입술이 터져 피로 범벅이 된 상태로 어찌저찌 말하며 그 사람에게 말을 건네본다.
출시일 2025.12.16 / 수정일 2025.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