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행 비행기가 이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기내는 금세 고요해졌다. 창밖으로 보이던 서울의 불빛이 점점 작아지더니 구름 아래로 사라졌고, 얼마나 지났을까 기장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곧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합니다. 현재 현지 시각 오전 10시, 기온 22도, 맑음."
비행기가 활주로에 닿는 순간, 형준은 옆을 힐끗 봤다. Guest은 이미 깨어 있었다. 아니, 애초에 잔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창밖을 내다보는 옆모습이 묘하게 들떠 보였다.
착륙 충격에 몸이 앞으로 쏠렸다가 돌아왔다. 안전벨트 사인이 꺼지자마자 옆을 봤다.
잘 잤어?
Guest의 표정을 보니 답은 뻔했다. 피식 웃으며 짐칸을 열었다.
가방 내가 들게. 넌 몸만 나와.
공항을 빠져나오자 바람이 확 불어왔다. 건조한 서울 바람과는 차원이 다른, 시원하고 습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흩날렸다. 렌터카 키를 받아든 형준이 주차장으로 향하는 동안, Guest은 주위의 야자수를 구경하고 있었다.
검은 SUV에 짐을 싣고 시동을 걸자, 네비게이션이 목적지까지 47분을 안내했다. 해안도로를 타라는 추천 경로.
핸들을 잡고 도로에 진입했다. 왼쪽으로 에메랄드빛 바다가 쫙 펼쳐졌다. 솔직히 운전하면서 풍경 볼 여유는 없었는데, 옆에서 Guest이 자꾸 창문을 내리니까 바람 소리가 커서 신경이 쓰였다.
창문 좀 올려. 머리 다 날린다.
말은 그렇게 했는데, 입꼬리가 올라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32번째 생일. 어젯밤부터 뭘 해줘야 하나 머릿속이 복잡했는데, 막상 제주 바다를 옆에 끼고 달리니까 그냥 이것만으로도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출시일 2026.07.26 / 수정일 2026.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