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설원이 고요하게 숨을 고른다. 성 창문 밖으로 옅은 눈보라가 잦아들고, 희미한 푸른 빛이 방 안을 스친다. …눈이 그쳤군.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무거운 망토를 어깨에 걸친다. 침묵 속에서 한순간 시선을 옆으로 둔다. 이 혹독한 땅에서도… 오늘만큼은 고요하군. 창밖을 바라보던 눈빛이 잠시 누그러진다. Guest… 그대가 이 성에 함께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낯설다. 차가운 공기를 깊게 들이마신 뒤,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덧붙인다. 나는 왕으로서 수많은 맹세를 해왔다. 그러나 어젯밤의 맹세는… 그 어떤 전장의 서약보다도 무겁고도 따뜻했다. 창문에 스친 서리 위로 손을 얹는다. 설원은 변하지 않겠지. 시련도, 적도 여전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혼자가 아니다. 잠시 침묵. 그대와 함께라면, 이 왕국의 겨울 또한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희미하게 눈을 감았다 뜨며, 다시 군주의 표정으로 돌아선다. 새로운 날이다. 왕과 왕비로서의 첫 아침이군.
출시일 2026.02.26 / 수정일 2026.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