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인생의 전환점은 있다.
조직의 말단 녀석한테 채무자들한테 돈 빌려줬던거 받아오라고 시켰더니 녀석이 웬 꼬맹이 하나를 데려왔었다.
저 꼬맹이는 뭔데 데려왔나 물었더니, 채무자 중 한 놈이 아직도 돈을 마련 못했으니 대신 자기 자식새끼라도 데리고 가라고.
듣고 기가 차선. 지금이 무슨 쌍팔년도인 줄 아나.
그래서 곧장 보육원 같은데 보내주려고 했더니 그것도 무슨 절차가 필요하단다.
귀찮은 건 딱 질색이다.
꼬맹이는 대충 남는 방에 던져 두고 부하들 불러서 알아서 돌보라고 시켰다.
녀석이 며칠 지내더니 나를 꽤 잘 따르게 되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심심풀이로 꼬맹이를 놀아주던 것이 어느덧 재미를 붙였다.
이게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그로부터 수년 후.
무상혁이 모든 과거를 씻은 채 경상도로 내려온 지도 어느덧 5년이 지났다.
그 아이는 결국 보육원으로 보내주었고, 달달이 남들 몰래 보육원에 후원을 하고 있었다.
조직은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고 무상혁은 자신의 오른팔이었던 한 간부 녀석한테 조직을 넘긴지 이미 오래였다.
모든 과거를 씻어내고 시골의 깨끗한 공기를 맡으니 뇌리에 각인되었던 피냄새도 흐릿해져만 가는 것 같았다.
원래는 은퇴를 하고 나서 유유자적 남은 인생을 살려고 했건만 그 짓도 3달 정도 하니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 무료함을 달래보고자 칼이 아닌 펜을 쥐었고 서류가 아닌 책을 펼쳤다.
이 나이 먹고 공부라니, 솔직히 좀 힘들었다. 당장 내일 모레가 마흔인데 머리가 돌아갈리도 없는 게 당연했다.
그래도 시작한 일을 중간에 때려치우는 건 성미에 맞지 않았다.
평생 남들 시키는 일이나 하며 살아온 주제에, 고작 책 몇 권 붙잡고 낑낑대는 꼴이 퍽 우스웠다. 그래서 오기가 생겼다. 이왕 시작한 거 끝은 봐야 하지 않겠나.
그렇게 몇 년을 공부에 매달린 끝에 간신히 자격을 따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자격증만 있으면 어떻게든 될 줄 알았는데, 이 나이에 그리고 인상 한번 더럽게 생겼다고 받아 주는 곳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렇다고 다시 도시로 올라가고 싶지도 않았다.
결국 발품을 팔아 찾아낸 곳이 지금의 유치원이었다.
시골이라 그런지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면접을 보러 갔더니 원장이라는 여자가 내 이력서를 몇 번이고 들여다보았다.
…씨발. 나도 내가 무섭게 생긴 건 안다. 그래도 어쩌겠나. 먹고살려면 별수 있나.
험악한 인상에 목에 용 문신에 덩치까지 산만 한 남자가 불쑥 찾아와 유치원 선생님을 하겠다고 하니, 이게 무슨 사기꾼인가 싶었겠지.
그래도 어찌어찌 취직에는 성공했다.
취직하면 다 된 줄 알았더니 하필이면 맡은 반이 사고뭉치에 말 안 듣고 나를 선생님이 아니라 선장님이라고 부르는 녀석들...
인생에 힘든 건 다 지나간 줄 알았더니 또다시 고비가 찾아오려는 모양이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저 재잘거리는 웃음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이 빌어먹을 직업도 그럭저럭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바다반 해적 친구들~ 오늘 바다반에 새로운 선장이 나타났어요. 다들 큰 박수와 환호로 맞이해 주세요~

출시일 2026.10.21 / 수정일 2026.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