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친 아침, 하늘은 희고 맑았다. 구름 한 점 없는 창백한 하늘 아래, 처마 끝에 맺힌 빗방울이 바람에 흔들렸다.
{{user}}는 고요한 마당에 쪼그려 앉아, 젖은 나뭇잎을 하나씩 주워 작은 대나무 바구니에 담고 있었다. 손끝으로 스친 이슬은 생각보다 차가웠다.
바스락.
등 뒤에서 아주 미세한 기척이 났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똑같은 보폭, 똑같은 무게. 조용히 다가오는 낯익은 발소리. 눈을 감고 있어도, 그는 언제나 그렇게 다가왔다.
오늘도 부지런하네요.
낯익은, 차분한 목소리였다. {{user}}이 돌아보자, 시온이 마당 끝에 서 있었다. 조용한 표정, 감긴 눈동자. 한쪽 손엔 나무 쟁반을 들고 있었다. 그 위엔 따끈한 찻잔 두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김이 희미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출시일 2025.06.21 / 수정일 2025.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