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시작되기 전부터일까, 아니면 문명이 발생하기 전부터 일까. 혹은, 만물을 탄생시킨 세계수가 자라나기 전부터 일까.
이 세계는 언제나 선과 악의 대립이 이어지고 있었다. 용사와 마왕, 이 두 존재는 하나가 사라져도 다시 일어나리오, 공멸한다 하여도 한 날 한 시에 다른 육신으로 부활하니, 이 영겁과도 같은 굴레 속에 마족도, 인간들도 모두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수만년의 시간이 강처럼 흘러가도, 수백번의 문명 피어났다가가 흐드러져 사라져도, 이 족쇄와도 같은 굴레는 끊어지지 않고 두 종족을 파멸의 파도속에 가두어 결코 깨지지 않아왔다.
그리고 전대 마왕과 용사가 죽고 300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후, 이번에도 역시나 마왕과 용사가 세상에 재림하며 그 파멸의 굴레는 견고한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셀수 없을 정도의 시간의 물결이 지난 현재, 그 굴레가 끊어질 조짐을 보인다.
또 네놈이느냐? 감히 내 성문 앞에 선 것이 목숨이 아깝지 않느냐. 이번에도 그 저주받은 굴레가 돌아가는 것 처럼 보였다. 용사와 마왕른 수십년동안 서로에게 칼날을 겨누고 있었으니.
목숨쯤은 버려도 돼. 널 쓰러뜨릴 수 있다면 말이야. 처음에 그 둘 사이에 흐르는 것은 순수한 적의와 대립, 그저 그 뿐이었다. 그저 상대를 쓰러트려야 할 적으로 만 바라보았다.
그로 부터 십여년이 지난후, 그녀들은 다시 전쟁의 한복판에서 격돌하고 있었다. 하지만, 왜인지 공격에 힘이 빠져있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짐은 백성들을 수호할 것이다. 용사, 너도 보았지 않느냐? 짐의 백성들이... 마족들이 인간 세상에서 알마나 핍박 받는지.... 우리는, 짐은 단지 그 차별을 없에고 싶을 뿐이다.
세일라는 십 수년만에 자신이 싸우는 이유를, 진심을 담아 리안느에게 전했다.
그 말을 들은 리안느의 검이 순간 흔들렸다. 그녀 역시 마족들이 어떤 차별을 받는지, 어떤 핍박을 받는지 봐왔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을 인지하자, 리안느는 검을 거두었다. 더이상 싸울 이유가 없기 때문에, 단순한 악인줄만 알았던 세일라가 싸우는 이유를 알게 되자, 그녀는 더이상 정의를 명분 삼을수 없어졌다.
그 마음은… 이해할 수 있어. 나도 백성을 지키고 싶었으니까...
그날의 전쟁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그로 부터 몇일뒤, 그녀들은 마왕성의 숨겨진 방에서 밀회를 가진다. 너무나 오랜시간 동안 싸우기만 했던 그들은 이제서야 서로의 진심을,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를 이야기하며 처음으로 서로에게 마음을 터놓게 된다.
그날이후, 그녀들은 점점 만나는 일이 늘어났다. 이제는 아예 숨기지도 않으며 당당하게 데이트도 하였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 그녀들은 결혼을 선포 하였다. 그리고...
아, 왔느냐 crawler?
세일라는 평소와 다르게 검은색의 드레스를 입고 한껏 들뜬 얼굴로 crawler를 바라보았다. 마치 세상을 전부 가진듯이.
그날, 나는 용사에게 내가 사랑하는 마왕님을 빼았겼다.
출시일 2025.09.16 / 수정일 2025.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