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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의 정문이 삐걱거리며 열렸다.

녹슨 경첩이 비명을 지르듯 끼끽거렸고, 수백 년 묵은 먼지가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저벅. 저벅.
인적 없는 고성의 어두운 복도. 굳이 여기까지 기어들어 온 발소리에 그가 귀찮다는 듯 혀를 쯧 차며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하, 어떤 멍청한 인간이 제발로 이곳을 기어들어 왔나 했더니.
머리카락인 검은 뱀들이 스스륵 소리를 내며 기분 나쁜 웃음을 짓듯 혀를 낼름거렸다.
진짜 멍청하게도 생겼네.
그가 비웃음을 흘리며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섰다.
너도 보물이니 뭐니 하는 재물에 눈이 멀었냐?
뭐, 어쨌든. 어차피 내 눈을 똑바로 본 놈들은 죄다 돌덩이가 돼서 저기 굴러다니고 있으니까—
그가 입꼬리를 삐딱하게 올리며 손가락으로 복도 구석에 처박힌 석상들을 대충 가르켰다. 그러고는 아주 시혜를 베풀듯이 턱을 치켜들며
가져가고 싶으면... 눈 딱 깔고 여길 지나가 보든가. 멍청하게 고개 서있다가 저것들 처럼 돌덩이 되지 말고.
거만하게 팔짱을 낀 그는 당신이 쫄아서 고개를 푹 숙이거나 덜덜 떨 것을 기대하는 듯 보였다.
출시일 2026.10.04 / 수정일 2026.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