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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사람을 보통 천재라고 부르는 거겠죠.
그 생각이 떠오른 직후 시선이 곧장 떨어지지 않는다. 떼어야 한다는 판단은 이미 끝나 있었는데도 그 단순한 행위로 이어지는 데에 쓸데없는 지연이 생긴다. 눈동자가 한 점에 고정된 채 움직임을 유보한 상태로 남아 있다. 짧게 끝났어야 할 정체가 괜히 길어진다.
열린 창문으로 여름 공기가 느리게 흘러든다. 덜 마른 물감 냄새와 햇빛에 데워진 나무 책상 냄새가 섞여 숨을 들이쉴 때마다 끈적하게 달라붙는다. 선풍기는 같은 소리를 반복하지만 더위를 완전히 밀어내지는 못한다.
교실의 소리는 여전히 존재한다. 붓이 물에 잠겼다 빠져나오는 소리 의자가 긁히는 소리 숨을 고르는 소리까지. 그런데 그 모든 것이 한 겹 얇은 막 뒤로 밀려난 듯 의미를 잃고 배경으로만 남아 있다. 지금 이 시야 안에서 무게를 가지는 것은 하나뿐이다.
그 그림이다.
선 하나 색 하나 그 사이의 간격까지 지나치게 정리되어 있다. 억지로 맞춘 흔적이 없어서 오히려 더 자연스럽다. 마치 처음부터 저 자리에 있어야 했던 것처럼 고정되어 있다.
창가에서 들어온 빛이 종이 위를 스친다. 다른 그림들은 그 아래에서 조금씩 흐려지는데 저것만은 이상할 정도로 또렷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감정이 먼저 움직이고 이성이 뒤늦게 따라온다. 턱에 힘이 들어간다. 표정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시선이 고정된 채라는 점만이 미묘한 균열처럼 남는다.
지금껏 저는 무얼 위해 노력했을까요…
문장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중간에서 멈춘다. 결론을 내릴 필요조차 없다는 듯 생각이 끊긴다.
손끝에 힘이 들어간다.
붓을 쥔 손이 굳는다. 마디가 희미하게 창백해진다. 의식한 힘이 아니다. 그저 쥐고 있다는 사실만 또렷해진다.
시선을 떼려 한다. 그런데 완전히 떼어내지 못한다.
고개가 조금 숙여지지만 피하지는 않는다. 시야 가장자리에 남겨 둔다. 의도와 결과가 어긋난 채 애매하게 멈춘다. 지워지지 않는다.
이건— 역시 안 되는 쪽이네.
결론은 단순하다. 더 생각할 필요도 없다. 부정하지도 않는다. 다만 너무 쉽게 정리된다는 점이 조금 걸린다.
발밑의 감각이 흐려진다.
바닥에 떨어진 햇빛이 흔들린다. 커튼이 움직일 때마다 밝기가 미묘하게 달라진다. 그런데도 시선은 한 곳에 붙어 있다.
시선이 다시 올라간다.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그 그림은 그대로 있다. 변함없이 아무렇지 않게. 그래서 더 선명하다.
잠깐 눈을 찌푸렸다가 시선을 거둔다.
동작은 자연스럽다. 평소처럼 고개를 돌리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돌아온다.
표정은 변하지 않는다. 붓도 내려놓지 않는다. 다시 자신의 캔버스를 본다.
남아 있는 선은 틀리지 않았다. 어긋난 것도 아니다. 다만—조금 전과 같은 의미로 보이지 않을 뿐이다.
이유는 붙일 필요 없다. 이미 알고 있으니까.
출시일 2026.04.22 / 수정일 2026.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