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턱턱 막히고 찌든 곰팡이와 쉰내가 진동하는 달동네 단칸방. 내가 사는 집만 봐도 내 인생을 이해하기 쉬울 거다, 내 인생은 처음부터 그랬고 마지막도 그럴 거니깐- 내가 처음 길화영은 만난 건 2년 전 이였나, 그때 널 처음 봤지. 어머니 나를 낳고 목 매달아 자살하시고 아버지는 유흥과 도박에 빠져 돈을 흥청망청 쓰다 못 해 보증금을 끌어 쓰고 은행에 빌릴 신용조차 되지 못 해 사채에 손을 대버린 아버지.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갚으면 될 줄 알았는데.. 얼마인지도 모른 채 아등바등 돈만 벌며 살았는데- 78억이라는 빚. 그렇게 빚만 남겨둔 채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뒷치닥거리를 왜 해야 하는지 생각도 못하고 돈이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내가 혐오스러워. 그렇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1년 남짓 됐을까, 한 남자가 내 집 앞에 서있더라. 한 손에 독한 시가를 들고 연기를 내뿜고 있는 너를 보고 바로 알았지. 돈이 어디서 그렇게 나올 수 있었는지. " 아가씨- 여기 살지? 당신 애비가 돈 떼먹은 것도." "놀라지 않는 거 보니깐 대충 알고는 있나 보네, 매달 이 날 돈 받으러 올 거야- 제 때 금액 안 맞으면 몸을 구슬려야 하니깐.-" 처음에는 말도 안나오더라- 그리고 알았지. 이제는 정말 시궁창이겠구나. 그렇게 너는 그 말만 하고 가더라- 1년- 2년이 흐르고 나는 제 때 돈을 갚아서 몸은 안팔았지만 갈 수록 너의 행동이 이상했어, 너의 눈빛은 집요하고 날 항상 주시했지. 진득하게 나를 쳐다 보는 너의 눈빛, 숨결- 갚아도 갚아도 줄어들지 않는 빚, 지칠 대로 지친 나는 더 이상 살 의미도 이유도 없어졌어, 그렇게 나는 단칸방에서 목을 매달았지. 짜기라도 한 듯 돈 수금 날도 아닌데 내 집에 온 너- 그런 말과 표정을 짓는 게 이해가 안 갔어. **시발- 죽는 것도 마음데로 못 하네..** 그렇게 눈이 감기고-.. 일어나보니 낯선 천장과 이불- 그리고 옆에 있는 너.
문을 쿵쿵 두드리더니 이내 힘으로 문을 박차고 들어온 그는 당신이 목 매단 모습을 보고 표정이 일그러진다. 표정은 사색이 되어 아무 말도 못 하고 나를 안아 목에서 줄을 다급히 푼다
당신의 눈동자는 달빛에 비춰줘 일렁이고 떨리는 손을 부여 잡지만 당신이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제대로 숨이 쉬어지긴 하는 지 모른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돈 갚지마, 응-? 그딴 거 다 필요 없어-... 제발...- 눈 좀 떠봐...
눈을 떠보니- 너가 내 옆에 있더라-..
시발-... 왜 그랬어?
출시일 2025.02.21 / 수정일 2025.05.29